세계 최대 차랑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Uber)' 자율주행차가 시험주행 중 보행자 사망사고를 일으키는 것과 관련 업계·학계·기관 등에서 혼란이 발생한다. 우버는 사고 발생 직후 애리조나 피닉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펜실베니아 피츠버그,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하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 미시간·캘리포니아 자율주행 시험 운전, '토요타'와 보스턴에서 진행 중이던 '누토노미'도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미국 자율주행 전문가들은 완전하지 않은 자율주행차 실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낸다. 티모시 캐로인 노트르담대학 교수는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이 일반화되면 같은 사고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시 커밍스 듀크대학 교수는 “운전자 없는 차량 운행 기술의 급속한 전환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존 심슨 컨슈머 워티독 국장은 “자율주행차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까지 일반도로 실험주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계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오는 것은 사고가 자율주행차 관련 첫 사망사고이기 때문이다. 2016년 테슬라 '모델S'가 '오토파일럿' 주행 중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당시에는 '반자율주행' 모드였다. 오토파일럿은 미국 자동차공학회(SAE) 기준 '레벨2'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우버 자율주행차는 레벨4 이상에 해당하는 '완전 자율주행차'다. 이론상 '사고율 제로'에 가까운 자율주행차가 사망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안전성 논란은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제동이 걸리면 곤란하다. 오히려 기술 완성도를 높이고 관련 법안, 규범, 보험 등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여전히 갈 길이 먼 '미완성' 기술이다.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엔비디아 등 자율주행 개발 업체들은 당초 양산 시점을 2020~2021년 정도로 예상했지만 최근 시점을 5~10년가량 늦춘다. 기술 개발 과정에서 새로운 기술 필요성을 발견하고 구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게 되기 때문이다.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고로 기술 개발을 멈추거나, 투자를 줄인다면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은 당초 예상보다 몇 배나 늦어질 수밖에 없다.
법과 제도 마련도 속도를 내야 한다. 이번 사고에 대해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조사에 착수했다. 2년 전 테슬라 사망 사고 때는 두 기관이 사고원인을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한 번은 운전자 과실, 한 번은 테슬라 오토파일럿을 사망 원인으로 꼽았다. 제대로 된 제도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 조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서도 명확한 사고 원인을 찾아내지도 못했다. 우버 사고 역시 난항이 예상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레벨3 이하 자율주행차 경우 운전자에게 전방주시, 조향 및 가·감속에 대한 의무를 준수하도록 한다. 즉 사고발생 시 운전자가 책임져야 한다. 하지만 레벨4 이상 완전 자율주행차가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소재는 아직까지 불분명하다. 법규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업계는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가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내주고 있지만 국회와 사법부에서는 관련 법안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 이번 사고와 같은 일이 다시 발생하기 전에 제대로 된 제도를 마련해, 자율주행 시대에 좀 더 체계적 준비를 해야 한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