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철강 관세 일괄 타결]자동차, '관세'부품 의무 사용' 막았지만 픽업트럭 내눴다

정부가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선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을 체결했다. 가장 우려됐던 '관세부활'과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 유지, 국내 환경·안전 기준 완화 등으로 국내 자동차 산업에 대한 점진적 피해가 우려된다.

현대자동차 소형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HCD-15)' (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 소형 픽업트럭 콘셉트카 '싼타크루즈(HCD-15)' (제공=현대차)

한·미 FTA 협상을 마치고 25일 귀국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금까지 관세 철폐한 것에 대해서는 후퇴가 없다”면서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사용과 원산지 관련해서도 미국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동차 업계가 한·미 FTA 개정협상 초반부터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관세 부활'이다. 김 본부장에 따르면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자동차 수입물량에 대해 단계적으로 관세를 축소했다. 미국 정부는 2016년부터 한국산 승용차에 대해 '무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미국산 자동차에도 관세가 붙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나라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2011년 86억3000만달러에서 2015년 사상 최대 금액인 154억9000만달러로 80%가량 늘었다.

미국산 자동차 부품 의무 사용 확대도 '관세 부활'과 함께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다. 앞서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에서 자동차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 상향(기존 62.5%에서 85%로)과 미국산 부품 50% 의무사용을 요구했다. 자동차 부품의 원산지 검증을 위한 '트레이싱 리스트(tracing list)' 확대 등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도 비슷한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부는 2019년부터 단계적 철폐가 예정됐던 '픽업트럭'에 대한 관세를 유지해 달라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 수출하는 픽업트럭이 없기 때문에 피해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은 미국 시장에 픽업트럭 출시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2020년께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기반으로 하는 중·소형 픽업트럭 출시를 검토 중이다.

현재 미국 자동차 시장은 픽업트럭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픽업트럭 미국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280만대로 2016년보다 4.8% 증가했다. 픽업트럭 시장은 경기회복과 저유가 등으로 최근 5년(2012~2016년)간 연 평균 6%씩 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 픽업트럭 출시를 준비해왔다. 국내 브랜드 유일 픽업트럭 생산 업체인 쌍용차도 향후 미국 시장 진출 시 픽업트럭을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국산차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픽업트럭이 없기 때문에 당장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최근 미국에서 고전 중인 국산차 업체들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픽업트럭에 대한 제한이 가해지면서 점진적 피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