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줄다리기를 반복하면서 한국을 포한한 주변국의 피해가 우려된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해 한국·일본·EU 등 외국산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양국 막후 협상 시나리오에는 한국산 반도체 구매를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석유천연가스, 장춘화공 등 자국 기업 신청을 받아 한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태국에서 수입되는 페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한다고 26일 공고했다.
이들 기업은 상무부에 제출한 신청서에 미국·한국 등에서 수입된 페놀이 중국 시장에서 정상 가치보다 싸게 판매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산 페놀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고 이익이 줄어드는 등 손해를 봤다고 지적했다.
중국 상무부의 반덤핑 조사는 최근 무역 마찰을 겪는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대 6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23일 서명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30억 달러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여기에 페놀로까지 전선을 확대한 것이다. 대미 반격 전초전을 위한 반덤핑 조사 대상에 다른 수출국가까지 포함되면서 우리나라로 불똥이 튄다는 분석이다.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 돌파구를 찾기 위한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류허 중국 부총리가 막후 협상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한국·일본산 반도체 수입을 줄이고 미국산 반도체 구매를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지난 주 류 부총리에 서한을 보내 요구를 이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미국산 반도체 구매 확대와 함께 자동차 관세 인하도 포함됐다.
미·중 무역전쟁 완화 국면에서도 한국산 반도체가 볼모로 잡힐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WSJ은 미 정부 내에서 중국이 반도체 구입처의 일부를 한국·일본 기업에서 미국 기업으로 옮기도록 압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류 부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무역 갈등 현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는 2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합의에 이르기를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있다”고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