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 엥글 제너럴모터스(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 사장이 한국지엠 노조에게 최후의 통첩을 날렸다. 4월 20일까지 노사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자금난으로 부도 신청을 하겠다는 것이다. 엥글 사장이 '부도'를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엥글 GM 사장은 전날 노조와 비공개 면담을 갖고 “정부가 4월 20일 정도까지는 우리가 자구안을 확정해서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며 “자구안을 내지 못하면 정부나 산업은행의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현재 자금난 상황에서 부도 신청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엥글 사장은 4월 말까지 마련해야 하는 희망퇴직 위로금, 협력업체 대금 등 지출 경비를 6억달러(약 6477억원)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4월 말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 2~3년치 연봉, 평균 약 2억원으로만 계산해도 현금 5000억원이 필요하다. 또 4월 중 지난해 격려금 중 절반(1인당 약 450만원)도 줘야 하기 때문에 여기에 드는 약 720억원(450만원×1만6000명)도 부담이다.
엥글 사장은 “회사 이해 관계자인 노사 간 합의가 안 되면 6억달러를 투입하지 않겠다”면서 “이달 안으로 타결은 아니더라도 임단협 잠정 합의 수준이라도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이달 말 7000억원의 차입금 만기가 다시 도래한다. 또 감사보고서(2016년말 기준)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8일까지 9880억원에 이르는 채무 만기도 줄줄이 돌아온다. 대부분 2012년 이후 2016년까지 'GM 홀딩스 LLC' 등 GM 본사와 계열사로부터 한국GM이 빌린 돈으로, 이자율은 4.8~5.3% 수준이다. 결국 이달 이후 4월 말까지 차입금 만기 연장 등에 실패할 경우 한국지엠은 약 2조3000억원을 다시 빌려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엥글 사장은 “회사가 원하는 건 해고가 아니지만 최후의 수단은 정리해고이며 그것은 회사의 권한”이라며 “그 이전에 추가 희망퇴직을 고려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GM 본사에서 이미 정리해고를 염두에 두고 교섭에 참석한 것으로 해석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이 기본급 동결, 무성과급 등 임금 부분을 대부분 양보했고, 회사도 심하다 싶은 것은 철회를 다 해서 논의가 남은 부분은 몇십억원 수준의 복리후생비 문제”라며 “조합원들도 복리후생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있지만, 지금 상태로 교섭하면 직원들 일자리 보장이 안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엥글 사장은 27일에도 산업은행,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다시 한 번 협조와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