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다음웹툰·레진코믹스 등 국내 주요 웹툰서비스사업자가 작가에게 불리한 불공정약관을 적용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웹툰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드라마·영화 등 2차 저작물로 제작돼도 제대로 보상 받지 못했다. 불분명한 사유로 계약이 해지되고, 마감시간을 어기면 벌금을 무는 사례도 있었다.
웹툰서비스사업자는 정부 점검 과정에서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맺은 작가에게는 해당 약관을 소급 적용하지 않을 수 있어 분쟁의 불씨가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6개 웹툰서비스사업자가 사용하는 연재계약서를 심사해 웹툰 작가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10개 유형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공정위는 불공정 연재계약 때문에 웹툰 작가가 피해를 본다고 판단, 국내 주요 웹툰서비스사업자를 대상으로 약관을 점검했다. 네이버웹툰(서비스명 네이버웹툰), 포도트리(다음웹툰, 카카오페이지), 레진엔터테인먼트(레진코믹스), 투믹스(투믹스), KT(케이툰) 등 26개 사업자가 불공정약관을 운용해온 사실을 적발했다.
네이버웹툰 등 21개 사업자는 작가와 웹툰 연재계약을 맺으며 '2차 저작물'에 대한 작성·사용권까지 모두 가져갔다. 웹툰이 인기를 얻어 영화·드라마 등으로 제작돼도 작가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체계다.
웹툰 시장에서도 '구름빵 사태'가 발생 가능한 구조였다는 평가다. 어린이그림책 '구름빵'은 애니메이션·뮤지컬 등 2차 콘텐츠로 제작돼 수천억원 부가가치를 창출했지만 정작 원작자는 매절계약으로 1850만원밖에 받지 못해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공정위는 웹툰 연재계약으로부터 2차 저작물에 대한 작성·사용권이 자동 발생하지 않으며, 작가에게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21개 웹툰서비스사업자는 2차 저작물 관련 작가와 별도 계약을 맺도록 약관을 시정했다.
포도트리 등 18개 사업자는 그동안 작가와 계약해지 사유 발생 시 최고(催告) 절차 없이 해지할 수 있도록 했다. 추상적 사유로도 계약해지가 가능했다. 앞으로는 계약해지 사유가 생기면 상당한 기간 최고한 후 이행하지 않을 때 해지한다.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해지사유는 삭제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탑코는 웹툰 마감이 지연되거나 무단 휴재할 때 지체상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웹툰 마감시간이 보통 게재시간보다 2일 전을 설정하는 경우가 많고, 지연 시 매출·이용률 하락 등 피해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두 사업자는 해당 약관 조항을 삭제했다.
이밖에 웹툰서비스사업자는 △고의나 중과실일 때에만 손해배상책임 부담 △콘텐츠 가격을 사업자가 임의로 결정 △사업자 소재지 법원에 소 제기 △계약종료 후에도 사업자가 전자출판권 보유 △콘텐츠에 대한 사업화 계약을 맺어 부당하게 계약연장 등 불공정약관을 시정했다.
26개 웹툰서비스사업자는 향후 작가와 웹툰 연재계약을 맺을 때 시정된 약관을 사용한다. 그러나 이미 계약을 맺은 경우 시정된 약관을 소급 적용할 의무는 없어 분쟁 소지가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자에게 시정된 약관을 소급 적용하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개별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향후 맺는 연재계약부터는 고쳐진 약관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