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25~28일 나흘 간 시진핑 국가주석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해 '비핵화 실현' 의지를 수차례 강조했다. 북중 정상은 남북·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색됐던 북중 관계 개선에 집중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과정이 탄력 받을 전망이다.
28일 중국언론과 청와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부터 나흘간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 등을 가졌다. 2012년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첫 북중 정상회담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현재 한반도 정세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며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으로 바꾸기로 하고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으며 미국과 대화를 원해 북미 정상회담을 하기로 했다”며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북한이 중요한 노력을 한 것을 높게 산다”면서 “우리는 한반도 문제에서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단계적 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측에 비핵화 실현을 공식적으로 수차례 언급한 것은 이어질 남북·북미 회담에 긍정적이라는 관측이다. 북중 회담으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가 대외적으로 전달됐다. 향후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도 한걸음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실현' 카드를 내밀면서 중국과 미국, 한국에게 경제적 대가를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북한은 글로벌 제재와 각종 금융 제한 조치로 경제적으로 고립됐다.
이날 오전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곧바로 북중 정상회담 보고를 받았다. 우리 정부는 김 위원장 방중 사실 자체를 사전에 중국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 문 대통령도 순방 기간 김 위원장의 방중사실을 인지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사전 통보 받은 게 맞다”면서도 시점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는 29일 오전 시진핑 주석 특별대표 자격으로 방한하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으로부터 북중 정상회담 결과를 듣는다. 양 위원은 방한 기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회담과 만찬을 갖는다. 30일에는 문 대통령도 예방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양 위원이 방한 중에 북중 정상회담의 결과를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며 “한반도 비핵화 등 여러 가지 현안에 대해서도 한중 간 협의가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