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 중소기업이 대규모 유통업체에 파견하는 직원 인건비를 전액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대규모유통업체 납품 중소기업 애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 납품한 중소기업 215곳은 평균적으로 16개 지점에 파견직원(상시·임시)을 월평균 25명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판매촉진을 위한 중소기업의 상시파견에 따른 비용 부담은 백화점 납품 기업은 월평균 4300만원, 대형마트 납품 기업은 월평균 6400만원에 달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은 종업원 파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지만 '납품업자의 자발적 파견 요청' 등에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대규모 유통업체는 판촉사원 파견을 납품업자의 자발적 파견 요청으로 해석해 인건비를 부담하지 않고 있다.
납품 중소기업은 판촉사원의 파견에 따른 매출 증가가 납품기업뿐만 아니라 유통업체의 수익 증대로 연결되는 만큼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인건비를 25%가량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거래 방식도 문제로 지적됐다. 백화점 거래에서는 특정매입이 거래 방식의 절반 가까이(48.8%)를 차지하고, 직매입은 8.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품기업이 재고 부담을 대부분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매입은 제품을 외상으로 매입해 판매하고 남은 재고를 반품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직매입은 재고 부담을 안고 제품을 매입한 후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방식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직매입(70.5%)이 가장 많았고, 판매된 수량에만 납품업자로부터 매입한 것으로 처리하는 판매분 매입(11.1%)이 뒤를 이었다.
최윤규 중소기업중앙회 산업통상본부장은 “파견직원 인건비 부담 등 상식적인 부분에서도 편법 운용이 횡행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비용 전가 관행을 근절하고, 특정매입에 치우친 매입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