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사가 3월 말까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 제네럴모터스(GM) 본사로부터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또 한국 공장 투자와 정부, 산업은행 지원까지 어려워져 사실상 '부도' 상황에 처할 수도 있게 된다.
29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카허 카젬 사장은 지난 28일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만약 3월 말까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4월 초 도래하는 각종 비용 지급을 위한 추가 자금 확보가 불가능한 사태에 이를 것”이라며 “현재 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감안했을 때, 추가 자금이 수혈되지 않는다면 4월 6일 지급하기로 한 일시금(2017년 임금협상에서 합의한 성과급)을 포함해 각종 비용 지급이 불능 상태가 된다”고 밝혔다.
4월 중 지급이 예정된 작년도 성과급 중 절반(1인당 약 450만원),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 대한 위로금 등을 모두 줄 수 없을 만큼 자금난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GM과 한국지엠은 이들 인건비 지급에만 약 6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젬 사장은 “경영진은 수차례 직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신제품 배정과 투자를 포함, 한국지엠 회생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이 회생 계획은 주주, 정부, 노동조합 등 핵심 이해 관계자들이 고통분담을 통해 모두 지원하고 동참할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카젬 사장은 현재 GM 본사가 한국시장에 신제품 배정을 포함해 수조원에 이르는 신규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노조의 결단을 촉구했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제3자의 포괄적 실사과정을 통한 한국지엠의 경영 정상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2018년도 임단협에 대한 노사 간 합의 지연이 산업은행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카젬 사장은 “GM과 산업은행 등 한국지엠 주주들은 경영 정상화 계획에 대한 모든 당사자들 각자의 분명하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3월 말까지 임단협 합의를 이루어 냄으로써 우리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지키기 위한 우리의 의지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일단 30일 오전 10시에 7차 임단협 교섭을 여는데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8일 노조는 사측에 지난 16일 공개한 '임금인상 관련 요구안'과 군산공장 폐쇄 철회 등을 포함한 '한국지엠 장기발전전망 관련 요구안' 논의를 위한 교섭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29일 오전 복지후생비 축소를 포함한 사측 수정 교섭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문으로 전달해 교섭 재개 자체가 불투명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노사간 접촉을 통해 어렵게 교섭 일정이 잡힌 만큼, 7차 교섭에서는 사측의 수정안과 노조 요구안이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