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과거 병력이 있는 유병력자들도 보험사에서 실손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실손의료보험을 미끼로 다른 보험상품을 판매하던 '끼워 팔기'도 전면 금지된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고혈압과 당뇨병, 심근경색 등 과거 벙력이 있는 유병력자가 가입할 수 있는 '유병력자 보험상품'이 출시된다.
오는 2일부터 삼성화재와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유병력자 실손보험 가입이 가능해진다. 또 NH농협손해보험은 4월 중, 삼성생명과 농협생명 등 생명보험사는 올해 상반기 중 유병력자 실손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유병력자 실손상품의 특징은 가입심사를 대폭 완화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과거 병력이 있으면 실손보험 가입이 어려워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급속한 고령화로 유병력자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주요 만성질환 환자는 약 1183만명으로 전체 인구(5133만명)의 약 23%다. 특히, 65세 인상 노인인수의 경우 89.2%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병장수시대에 진입함에 따라 향후 수요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유병력자 실손보험 상품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에게 다양한 의료 혜택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가입심사 항목을 병력 관련 3개, 직업, 운전 여부, 월소득 등 총 6개로 대폭 줄었다. 기존에는 병력 관련 5개 사항과 음주·흡연 여부, 운전여부 등 총 18개 사항을 심사했다. 치료이력도 최근 2년간만 심사하고, 투약 여부는 제외하기로 했다. 최근 5년간의 발병·치료 이력을 심시하는 중대질병도 기존 10개에서 '암(백혈병 제외)' 1개만을 보도록 했다.
보장범위는 대다수 질병·상해에 대한 진료행위를 보장하는 '착한 실손의료보험'의 기본형 상품과 같다. 입원 의료비는 하나의 질병과 상해당 5000만원 한도로 보장된다. 통원 외래 의료비는 일반 실손보다 10만원 적은 1회당 20만원 한도로 책정됐다. 다만 병원에 통원해 의사에게 처방을 받는 약제(처방조제)비용은 제외하기로 했다.
가입 연령도 5세에서 75세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 실손(65세)보다 가입 가능 연령 10세 많다. 만성질환이나 질병 치료 이력이 있는 고령층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해 실손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과도한 보험료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보장대상 의료비 중 자기부담금 비율은 30%로 했다. 이는 일반 실손(10~20%)보다 높다. 가입자가 입원 1회당 10만원, 외래진료 1회당 2만원을 부담하는 최소 자기부담금도 설정했다.
다만 유병력자 실손상품의 경우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해 일반 실손보다 보험료는 높이 책정됐다. 50세 기준 월보험료가 남자는 3만5812원, 여자는 5만4573원으로 예상된다. 보험료는 매년 갱신되며, 상품구조는 3년마다 변경이 가능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유병력자 실손상품이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상품인 점을 고려해 소비자에게 상품설명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는 대면 판매채널(보험설계사) 중심으로 판매할 계획"이라며 "향후 유병력자 실손 가입 추이 및 실적을 모니터링해 인터넷 전용상품 등 판매채널 확대를 검토·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실손의료 보장으로만 구성된 단독상품으로 분리·판매하도록 했다. 이는 끼워 팔기로 인한 타 보험상품의 비자발적 가입 등 소비자 피해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다만 소비자가 원하는 경우 사망보험 등 다른 보험 상품을 별도의 보험계약으로 동시에 가입하는 것은 가능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