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서명법 개정안이 나오며 공인인증기관이 새 비즈니스 모델 개척에 나선다. 그동안 정부 규제에 묶여 추진하지 못한 다양한 인증서비스를 시도한다.
과기정통부가 공인인증서 폐지를 골자로 전자서명법 개정안을 내놨다. 한국정보인증, 한국전자인증, 금융결제원, 코스콤 등 5개 인증기관은 사업 축소 우려보다 신사업 기회 발굴을 기대한다.
지난해 대선부터 공인인증서 폐지가 공약으로 거론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지속해 공인인증서 폐지가 공론화돼 이번 전자서명법 개정안에 대한 공인인증기관 충격은 크지 않다.
5개 기관은 이제 '공인'이라는 명칭을 떼고 사설인증업체로 경쟁에 참여한다. 공인인증기관이라는 타이틀이 없어지며 시장 지위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사업자가 인증 시장에 진출하는 문턱이 낮아져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5개 기관은 기존 고객을 기반으로 생체인증, 블록체인 등을 도입해 사업 다변화를 꾀한다.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은 2년 전부터 공인인증서 외 바이오인증 서비스를 제공했다. 블록체인 분야 진출도 기획한다. 케이티넷 관계자는 “기존 인증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확보한 고객을 지키고 새로운 인증서비스 개발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면서 “이미 바이오인증 기술을 확보해 서비스하고 있으며 블록체인을 인증 분야에 접목하는 것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한국정보인증은 클라우드 기반으로 중소기업이 손쉽게 생체인증 서비스를 사용하는 'KICA 클라우드인증'을 시작했다. 중소기업이 구축과 운영 부담 없이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 생체인증 기능을 자사 모바일 앱에 적용한다. 한국정보인증은 자율주행차량 인증 서비스도 모색한다. 자율주행차량에 익명인증 기술을 적용하고 차량인증기관으로 가능성도 모색한다. 이외에 인증서 발급방식을 기존 1년 만기에서 1회 이용, 3년 장기발급 등 형태 다변화를 꾀한다.
한국전자인증 클라우드기반 전자서명 솔루션 '클라우드사인'을 보유했다. 액티브X와 EXE 설치 없이 디지털 인증서에 전자서명을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인증체계를 지원한다. 클라우드사인은 새로 전자서명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기존 설치형 인증모듈 서비스를 쓰는 곳을 모두 지원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법안 발효 후에도 기존 인증서를 계속 사용할 수 있으며 공인인증서 발급기관에 대해 1년간 평가를 유예하는 등 기업 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준비했다”면서 “업계 의견이 100%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법안 초안을 만들 때 공인·사설인증기관, 시민단체 등이 모두 참여해 의견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내용을 포함한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을 30일 입법예고했다. 40일간 일반국민과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거쳐 공포 6개월 후 시행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