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더 이상 영화에서만 보는 신기한 기술이 아닙니다. 아직 인간과 감정을 교류하는 단계까진 아니지만 점점 일상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산업현장에서는 로봇이 변화를 불러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협동로봇이 도입되면서 생산 과정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습니다. 섬세한 손동작이 필요한 영역까지도 로봇을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일하며 더욱 빠르고 편리하게 제품을 생산하게 됐습니다.
Q:협동로봇이란 무엇인가요?
A: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은 생산현장에서 인간과 직접 상호작용하기 위해 설계된 로봇입니다. 줄여서 코봇(cobot)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일반 로봇은 인간과 함께 일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된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협동로봇은 작업자 옆에서 물건을 건네거나 옮기는 등 인간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줍니다. 혼자 격리돼 단순 작업을 반복하던 로봇이 사람과 손을 맞춰 일하게 된 것입니다.
Q:협동로봇은 어떤 분야에 쓰이나요?
A:협동로봇은 유연하고 정밀한 움직임이 가능해 조립, 포장, 운반 등 다양한 작업에 투입됩니다. 기존에는 인간 작업자 손으로 일일이 해야 하던 작업까지도 로봇 도움을 받습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은 가로등을 조립할 때 협동로봇을 활용합니다. P&G는 향수 샘플 포장 공정에 협동로봇을 씁니다. 폭스바겐, BMW, 아우디 등 세계 주요 완성차 기업도 문짝 본딩 작업 등에 협동로봇을 활용합니다.
많은 제조업체가 협동로봇에 관심을 보이고 협동로봇에 연계한 모듈·솔루션도 늘어나면서 활용 범위가 더욱 확대될 전망입니다.
Q:협동로봇은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협동로봇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따른 인력난과 생산성 저하 문제 대안으로 각광 받고 있습니다. 일손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작고 저렴한 협동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대기업도 생산성과 안전성 향상을 위해 협동로봇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협동로봇과 함께 일하면 인간과 로봇을 분리했을 때보다 생산성이 85%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왔습니다. 고객 취향에 맞춘 다품종 소량생산에도 유리합니다. 펜스와 매트 없이 운용할 수 있어 제품이 변경돼도 생산라인을 수정하지 않고 재배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과 달리 다양한 작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습니다.
협동로봇을 활용하면 인건비가 비싼 선진국에서도 다시 공장을 유치할 수 있습니다. 공장자동화와 맞물려 값싼 노동력이 필수인 노동집약 산업까지도 다시 돌아오는 사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독일을 포함해 유럽, 미국 등 선진국이 협동로봇 도입을 늘리고 있습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는 중국도 협동로봇 도입을 늘리면서 최대 협동로봇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Q:협동로봇은 누가 만드나요?
A:쿠카, ABB, 야스카와전기, 화낙 등 기존 산업용 로봇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협동로봇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덴마크에 소재를 둔 유니버설로봇처럼 협동로봇을 주력 상품으로 시장을 선점한 기업도 등장했습니다. 회사는 세계 협동로봇시장에서 58% 점유율을 차지하며 세계 최대 협동로봇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협동로봇 시장은 초기 단계입니다. 협동로봇은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 2% 수준에 불과하지만 2022년에는 20%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벤처캐피털 루프벤처스에 따르면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2022년 약 6조5600억원으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매년 약 68%씩 고속 성장한다는 뜻입니다.
성장 잠재력이 높아 국내기업에서도 협동로봇 시장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한화정밀기계는 지난해 협동로봇 HCR-5로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도 2년 간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협동로봇 제품을 공개하고 이른 시일 안에 양산할 예정입니다. 뉴로메카, 오토파워 등 국내 중소기업도 제품을 선보이며 협동로봇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Q:국내에서 협동로봇을 자주 보기 힘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A:협동로봇 시장이 확대되려면 가격이 낮아져야 합니다. 협동로봇은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단가가 낮은 편이지만 중소기업이 제조 현장에 투입하기엔 여전히 단가가 높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가격이 낮아지면 전자 제조업뿐 아니라 유통, 소규모 공방 등에도 협동로봇이 활용될 수 있습니다. 국내기업은 협동로봇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부품 대부분을 일본 등 해외에 의존하면서 단가를 낮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품 국산화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협동로봇 사용 교육도 필수적입니다. 이전보다 조작이 쉬워졌지만 여전히 사용법을 숙지해야 합니다. 해외 제품이 많아 사용법을 익히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유니버설로봇이 최근 한국어 버전으로 온라인 강의 플랫폼 'UR아카데미'를 출시한 것도 좀 더 쉽게 협동로봇을 조작하도록 돕기 위해서입니다.
국내에 협동로봇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정부 규제 탓도 큽니다. 협동로봇은 사람과 함께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펜스, 매트 등 안전장치로 격리할 경우 본래 장점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아직 안전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산업현장에서는 협동로봇을 들이고도 인간과 '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업계는 협동로봇을 '펜스 없는 로봇(Fenceless Robot)'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해외에서는 협동로봇 절반 가량이 펜스 없이 인간과 협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관련도서]
◇'2020년 인공지능시대 우리들이 행복하게 일하는 방법' 후지노 다카노리 지음. 아이스토리 펴냄.
인공지능(AI)뿐 아니라 제조현장에서 로봇 도입이 늘어나며 AI와 로봇 시대에서 인간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는 책이다. AI와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가 아닌 4차 산업혁명 시대 현명하게 일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단순 노동이 아닌 인간의 가치와 의미를 높여주는 노동으로 진화, 인간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봇 시대 미래 직업 이야기' 김은식 지음. 나무야 펴냄.
AI와 자동화로 20년 뒤에는 현재 직업 절반 정도가 사라진다는 보고서와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다. 이 책은 AI와 로봇 시대를 살아가며 주역이 되어야 하는 청소년에게 친절하게 답변해주는 형식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직업 문제에 답한다. 미래에 어떤 직업이 사라지거나 외면 받을지, 사회가 지금보다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불평등한 곳이 되지는 않을지 등 고민에 답을 제시한다. AI나 로봇이 대신하기 어려운 일은 무엇이고 미래에 가치 있는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