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협동로봇 규제, 서둘러 해결해야

인간과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 시장이 확대일로를 보이고 있다. 선진 각국은 협동로봇에 주목,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공장화에 힘쓰는 한국 시장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협동로봇의 중요성을 인식, 육성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현장은 사정이 좀 다르다. 협동로봇을 도입하려 해도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 현행법상 협동로봇을 활용하려면 펜스와 매트 등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그럴 경우 작업 효율이 떨어져서 업체로서는 도입할 이유가 없다. 실제로 한 외국계 업체는 협동로봇을 설치했다가 활용도가 현저히 떨어짐에 따라 가동을 포기한 사례도 나왔다.

부작용을 인지한 정부는 펜스와 매트 없이 협동로봇을 도입할 수 있도록 2년 전에 법을 개정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하는 경우 안전매트나 방책 설치가 면제된다는 단서의 조항을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허가받은 사업장은 한 곳도 없다.

전문가는 법 개정에도 협동로봇 규제가 제자리걸음인 이유로 안전 기준 미비를 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전보건공단 S마크 인증을 받은 경우 펜스 없이 협동로봇을 사용토록 허가하는 방안을 고용노동부에 제안했지만 노동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스마트공장, 4차 산업혁명 등을 외치지만 산업 현장에 대한 고려는 부족한 것이다. 산업계는 새 안전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시간을 지연하고 있는 정부의 태도에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언제 새 기준이 마련될지 불분명하고, 기준이 수립된 이후 고용노동부가 이를 허가할지도 알 수 없다는 불신을 표하고 있다. 노동부가 명확한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들려 온다.

협동로봇 산업은 시간 싸움이다. 정부가 시간을 끌면 협동로봇 산업의 경쟁력과 산업 현장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협동로봇은 이제 막 열리는 시장이다. 그나마 아직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협동로봇마저 국제무대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중국까지 수출 주력 품목으로 꼽고 있다.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으려면 내부 산업 생태계 조성 기반 마련부터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