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8% 쥐꼬리 확률 아이템 공정위 철퇴

넥슨의 퍼즐이벤트 광고 화면.
넥슨의 퍼즐이벤트 광고 화면.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업체가 로또 당첨만큼 낮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대규모 과징금을 물게 됐다.

게임업체의 거짓·기만 광고 관행을 근절하고 소비자 경각심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코리아, 넷마블게임즈, 넥스트플로어의 전자상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총 9억8400만원, 과태료 총 2550만원을 부과했다고 1일 밝혔다.

넥슨은 1인칭 슈팅게임 서든어택 유저가 '연예인 카운트'(가수 아이유·트와이스 등 연예인 캐릭터와 부가 기능을 제공하는 확률형 아이템)를 구매하면 퍼즐조각을 지급했다. 16개 조각을 모두 모으면 아이유 오프라인 행사 초대권 등 혜택을 제공하는 형태다.

넥슨은 서든어택 유저에게 “퍼즐조각 1~16번 중 랜덤으로 지급”이라고만 알렸다. 그러나 나올 확률이 0.5~1.5%에 불과한 '레어 퍼즐조각'이 있어 실제로는 16개를 모두 모으기 쉽지 않았다. 아이유 퍼즐을 맞추기 위해 카운트를 640개(약 46만원)나 구입한 사례도 있었다.

음잔디 공정위 전자거래과장은 “일반 소비자는 '퍼즐조각 랜덤 지급'이라는 광고를 보고 각 퍼즐조각 획득 확률이 같거나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구매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를 허위·기만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를 유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넥슨은 총 17명(팀) 연예인 카운트를 출시해 상당한 매출을 올렸다. 연예인 카운트 별 매출액은 트와이스가 11억1400만원, 아이유가 6억1500만원 등이다. 17개 연예인 카운트 중 13개가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인정됐다.

넷마블은 게임 '몬스터 길들이기' 유저에게 '불멸자'(캐릭터 이름) 아이템 뽑기 확률을 '1% 미만'이라고 알렸다. 21차례 이벤트를 진행하며 불멸자 획득 확률이 '대폭 상승' 또는 '5배 UP' 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실제 불멸자 획득 확률은 0.0005~0.008%에 불과해 확률 증가 이벤트를 적용해도 사실상 획득이 어려웠다.

음 과장은 “최초에 제시된 숫자가 기준점 역할을 해 합리적으로 사고하지 못하고 판단을 왜곡하는 '앵커링 효과'를 유발한 사례”라며 “소비자는 실제 확률이 1%보다 약간 낮은 정도로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넥스트플로어는 게임 '데스티니차일드'에서 '5성 차일드'(캐릭터 이름) 획득 확률이 실제로는 0.9%인데 1.44%로 거짓 표시한 사실이 적발됐다. 한정된 기간에만 '크리스탈 100% 페이백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처럼 광고했음에도 이벤트를 무기한 연장하다 상시화 한 사실도 밝혀졌다.

이 밖에 공정위는 △넥슨 '카운터스트라이크온라인2' 관련 청약철회 사항 미고지 △넷마블 '마구마구' 관련 아이템 확률 상승 거짓 표시 △넷마블 '모두의마블' 관련 한정 이벤트 거짓 표시 등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넥슨에 과징금 9억3900만원, 과태료 550만원을 부과했다.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중 역대 최고 수준이다. 넷마블에 과징금 4500만원과 과태료 1500만원, 넥스트플로어에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했다.

음 과장은 “이번 조치로 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고 거짓·과장·기만 광고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