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앞으로 재정정책은 생산성 향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2일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취임식을 하고, 기자들과 만나 “지금의 상황은 금융안정과 경기회복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를 위협하는 리스크도 존재해 금리만 가지고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미국도 감세 등 확대 재정에 대한 방향은 공감하면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간 통화 당국의 부담은 컸다”며 “다행히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은 양호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향후 재정 역할의 방향은 중장기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고,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청문회 때 제기됐던 정책 당국에 쓴소리를 못 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답했다. 그는 “한국은행도 일종의 정책 당국인데, 당국 간 의견이 다르면 (시장에) 엇박자나 불협화음이 난다는 인식을 전달할 수 있다”며 “앞으로는 그런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도 전달할 수 있게 절묘한 대처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금리를 조정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좁아진 게 아니냐는 의견에 대해선 “앞으로 5~10년을 내다보면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리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예전처럼 기준금리가 5%대로 올라가는 등 큰 폭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의 환율 개입 내용 공개 추진에 대해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크다 보니 그런 비판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상 경상수지 흑자를 환율조작국 요건 중 하나로 내세우는 데, 한국은 7% 정도다.
그는 “연구기관들은 GDP의 3% 내외가 맞다는 지적도 있는데 우리는 7%가 넘으니 과도한 부분도 있다고 볼 수도 있다”며 “그 내용은 조심스럽고,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부 효율성 강화에도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4년은 조직 추스르기 등 안정에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 4년은 변화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라며 “민간에 생산성 향상을 요구하는 데 앞서 우리 먼저 높여야 한다”고 밝혔따. 이어 “비효율성을 걷어내는 것이 목표이고, 그렇게 보면 개선할 것이 많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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