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규제 강화론자) 방향으로 몰지 말고 금감원장으로서 평가해달라”고 2일 밝혔다.
김기식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취임식을 가진 후 기자실을 방문해 “그간 참여연대나 야당으로서의 역할이 있었고 지금은 금융감독원장이 됐기 때문에 그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하겠다”며 “조화와 균형이라는 관점에서 감독 행정에 주목해서 봐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방적인 규제 강화론자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금융, 자본시장 관련해서 상당 규제를 풀어왔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저승사자, 정무위 저격수라는 별명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김기식 신임 금감원장은 참여연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금융규제 강경론자로 통했다. 정무위 시절 금융위 관료들을 강하게 비판했으며, 특히 은산분리 완화에 강하게 반대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4%)을 두는 제도다.
김 전 의원은 정부가 2009년 9%까지 확대했던 한도를 4%로 환원하는 은행법 개정안을 2012년 통과시킨 바 있다. 2015년 말 당시 새누리당이 금융위와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려는 시도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증자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김기식 쇼크'로 소수주주 참여가 저조해지면서 연내 유상증가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대주주로 둔 카카오뱅크도 이미 두 차례 증자를 진행한 만큼, 은산분리 규정이 완화되지 않는 한 추가 증자는 어렵다.
향후 김 원장이 풀어야하는 숙제는 '금융당국 위상 회복'이다. 채용비리를 조사하던 금융당국 수장(최흥식 전 원장)이 해당 의혹으로 사퇴한 만큼,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순위다.
김 원장은 “금융감독기구 권위가 중요한데 여러 논란에 휘말리면서 국민의 실망이 커졌으며 금융시장에서조차 권위가 바닥에 떨어졌다”면서 “금감원 정체성을 바로하고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아서 큰 책임감을 느끼며 '워커홀릭'이라는 평가답게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