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혁신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10대 연구개발(R&D) 과제를 선정하고 예산을 집중 지원한다. 연구기관 주도의 R&D에서 벗어나 기획 단계부터 민간 참여를 유도한다. 이른바 패키지 R&D 전략이다. 기획재정부는 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10대 연구 과제와 함께 예산 편성 방식 개선안을 내놨다.
정부가 확정한 10대 융합 과제에는 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초연결 지능화, 정밀의료, 스마트시티, 스마트농축수산, 스마트공장, 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 자율주행차 등이 포함됐다. 고기능 무인기(드론), 지능형 로봇 등을 비롯한 미세먼지·재난·재해 등 '국민생활문제 해결'도 10대 융합 과제로 선정됐다.
국가 R&D사업은 성과를 측정할 수 없다는 게 딜레마였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막대한 R&D 예산을 쏟아 붓고 있지만 정작 노벨상 수상자가 전무할 정도로 상용화에 실패, '밑 빠진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기초 R&D는 과학기술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마찬가지다. 장기 안목에서 진득하게 투자할 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분야다. 기초·원천 연구나 우주항공·첨단소재, 신물질 개발 분야는 기술 축적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에 10대 과제와 같은 응용 기술은 다르다. 단기간 성과를 내는 게 목적이다. 그만큼 철저하게 상용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초기부터 민간 분야와 손잡는 전략은 적절해 보인다.
너무 성공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과제에 실패하면 무능력한 연구자가 되거나 새 과제를 받기가 어려워지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패널티가 없어야 한다. 성공 확률이 높은 검증된 기술이나 제품 개발을 주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 과제는 민간이 못하는 과제를 시도해야 의미가 있다. 그만큼 과감한 투자와 창의 아이디어가 요구된다. R&D실패도 용인할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