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하나은행 채용비리 관여 의혹이 사실로 판명됐다. 주요 경영진의 연루 정황도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3년 하나은행 채용비리 검사 잠정결과'를 발표했다.
최성일 하나은행 채용비리 특별검사단장(부원장보)는 “2013년 하나은행 신입행원 채용에 1만8072명이 지원한 가운데 229명이 최종 합격했으며 특혜 합격자는 32명으로 파악됐다”면서 “클라우드에서 백업한 자료와 인사담당자들이 디렉토리에 숨겨둔 파일, 폐기 처분되기 전의 PC 내 파일과 대조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금감원 특별검사단 발표에 따르면, 최흥식 전 원장(당시 부사장) 추천으로 표기된 지원자는 서류전형 점수가 합격기준에 미달했음에도 최종합격했다.
'김OO(회)'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최종합격'으로 표기됐다. 서류전형 및 실무면접 점수가 합격 기준에 크게 미달했고 합숙면접 0점을 받았음에도 입사에 성공했다. 최성일 부원장보는 “해당 건은 (김정태 회장 추천을 받은 것으로) 추정은 되지만 확정할 수는 없다”면서 “김 회장 본인은 '전혀 기억나는 바 없다'고만 진술했다”고 말했다.
당시 하나은행 충청사업본부 대표(부행장)으로 있던 함영주 하나은행 행장 연루 정황도 조사망에 걸렸다. '함OO 대표님' 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합숙면점 점수 미달에도 최종합격했다.
2013년 하나은행 행장(김종준 전 행장)도 '짱'이라는 표시 하에 지원자 6명을 추천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종합격한 4명 중 3명이 서류전형과 면접단계 점수가 기준에 미달했다. 김종준 전 행장은 타 금융지주 임원 부탁으로 또 다른 은행 직원 자녀 2명과 아들 친구 2명을 추천한 사실을 인정했다.
당시 하나은행 부행장이 연루된 사례도 2건 적발됐다. 본인 고등학교 동기 자녀를 추천한 건은 당사자가 인정했다. 하지만 '청와대 감사관 조카'는 부행장 추전을 받은 정황만 남아있다.
이와 같이 은행 내외 주요인사 추천 특혜 합격은 16건으로 집계됐다. 명문대·해외유명대학 우대 합격이 14건에 달했다.
이와 관련 하나금융지주는 이번 검사 결과를 전면 부인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추천 사실 자체가 없으며 지원자도 모른다”면서 “함 행장이 추천자로 기재된 건도 충청사업본부 관할 지역 시청에 입점한 지점장이 추천한 것”이라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