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작업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대다수 출연연이 전환 가능 규모를 확정했다. 이 달부터는 현재 근무 중인 비정규직의 개인별 전환 심사가 이뤄진다. 현 근무자 탈락, 내외부 경쟁 채용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추가 갈등 소지가 남았다.
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소관 25곳 출연연 가운데 17곳이 기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을 확정 수립했다. 기존 비정규직 업무 중 정규직으로 채용·전환할 수 있는 상시·지속 업무를 분류하고 전환 가능 규모를 확정한 단계다.
17개 출연연에 소속된 비정규직은 2001명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전환 계획에 따르면 1186개 업무를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총 1186명에게 정규직 전환 기회가 생긴 셈이다. 전환 가능 비율은 59.3%다.
1186개 비정규직 업무를 전환 대상으로 분류했지만 현 근무자 1186명이 곧장 정규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별 전환 심사를 거쳐 적격 판정을 받아야 정규직 지위를 얻는다. 현 근무자가 심사에서 탈락하면 내외부 순으로 근무 희망자를 공개 모집한다.
전환 심사는 이달 본격화한다. 전환계획을 확정한 17개 기관 중 3곳은 전환 심사를 완료했다. 나머지 14개 기관은 전환 심사에 착수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계획이다.
전환 심사 세부 기준은 기관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서류 심사는 면제한다. 동료·부서장 평가, 직무역량 평가, 발표, 면접 등을 반영한다. 지금까지 출연연 비정규직 대책이 '전환 가능 규모'를 산정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개인별 전환 여부를 판단하는 국면이다.
심사 공정성과 현 근무자 전환율이 새로운 갈등 뇌관이 될 수 있다. 정부는 '현 근무자 우선 전환'을 주문했지만 출연연은 연구 업무 특성상 '수월성'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기관을 나가고, 다른 사람이 채용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전환 심사에서 탈락한 현 근무자는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고, 최악의 경우 계약 종료와 동시에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잃는다. 출연연은 이때 남겨진 정규직 정원을 기관 내 다른 업무를 수행하던 비정규직에게 개방한다. 이때도 적격자를 찾지 못하면 외부 취업 희망자에게 기회를 준다.
출연연은 기관별 필요인력 상황 등을 고려해 전환 심사에 임할 방침이다. 연구계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계획이 개별 출연연 차원에서 수립된 만큼 출연연 자율과 내부 합의에 따라 전환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면서 “연구 업무 특성 상 '엑설런시(수월성)'를 중점에 두고 역량 있는 인재를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환심사에서 현 근무자 탈락률이 높으면 '일자리 안정' 대책이 역효과를 내는 문제가 발생한다. 정부가 '현 근무자 우선 전환'을 주문한 이유다.
전환 심사를 마친 기관 사례를 보면 현 근무자 탈락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녹색기술센터(GTC)에서는 대상자 15명 중 2명이 심사에서 탈락하고 1명이 스스로 퇴직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는 전환 심사 대상자 11명 중 1명만 결시했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서는 대상자 100명 중 19명이 탈락했다. 자발적 퇴직자와 심사 결시자는 3명씩 나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전환계획이 수립되면 전환 심사를 시작하도록 절차가 짜였기 때문에 4월 여러 기관에서 동시다발로 심사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정부 입장은 현직자를 우선 전환하라는 것이고, 전환계획 승인 때부터 현직자 위주 전환을 권고했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