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용 사고분석장치 나왔다...美한인 차량 조사에 투입

테슬라 전기자동차(모델X)의 폭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테슬라 전용 사고기록분석장비(EDR)가 처음 개발됐다.

CDR트레이너 차량 결함 사고분석팀이 테슬라 전용 EDR를 활용해 테슬라 '모델X' 차량의 각종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다.
CDR트레이너 차량 결함 사고분석팀이 테슬라 전용 EDR를 활용해 테슬라 '모델X' 차량의 각종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테슬라 전기차 사고 시 회사가 내놓은 데이터에만 의존해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 장비를 이용하면 외부 전문가 등 탐지·분석 객관화가 가능하다.

EDR는 지난 달 출시 후 처음으로 테슬라와 법정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한국인 소유 차량의 사고 분석에 투입됐다. 현재 10여 건의 테슬라 차량 사고 소송이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사고 원인을 밝히는 핵심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사고 분석 전문업체인 캐나다 CDR트레이너와 독일 브로크만 엔지니어가 테슬라 차량 전용 EDR를 개발, 미국 현지 한국인 S씨와 Y씨의 테슬라 사고 차량 분석에 착수했다고 2일 밝혔다.

테슬라가 자체 보유한 EDR는 있었지만 외부에서 테슬라 전용 장비를 개발한 건 처음이다. EDR는 차량이 충돌하기 직전 일정 시간 동안의 주행 속도, 제동장치, 에어백 작동 여부 등 자동차 운행 상태와 운전자의 각종 차량 제어를 기록한 장치다. 블랙박스로도 밝히지 못한 사고 원인을 정확히 잡아 낼 수 있다.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차량결함 전문위원 등과 현장 조사단이 차량 손상 상태를 파악 중인 모습.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차량결함 전문위원 등과 현장 조사단이 차량 손상 상태를 파악 중인 모습.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14년부터 EDR 사용을 권고했지만 의무 사항이 아니다 보니 테슬라는 외부 EDR 장비 개발에 필요한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16년 미국 플로리다주 테슬라 전기차 '모델S' 반자율 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의 사망 사고 등 각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EDR 개발에 필요한 정보 공개 요구가 제기돼 왔다. 테슬라 측 협조로 CDR트레이너와 브로크만 엔지니어가 전용 장비를 공동 개발했다.

두 회사는 한국 전문가 최영석 법안전융합연구소 차량 결함 전문위원 등과 현지 조사단을 꾸려서 미국 캘리니아주 한국인 S씨와 Y씨 차량을 첫 검사 대상으로 삼고 정밀 조사에 착수했다.

S씨와 Y씨 모두 차량 급발진 사고 의심자로 테슬라 측과 법정 공방 및 사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는 앞으로 법정 증거 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다.

현지 조사단은 S씨와 Y씨의 테슬라 차량을 EDR 장비를 이용해 사고 5초 전에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단순한 데이터 추출뿐만 아니라 사고 운전자의 진술, 차량 손상 정도, 사고 상황 등 1차 현장 조사를 마친 상태다.

최영석 전문위원은 “세계 차량 제조사 가운데 유일하게 테슬라만이 차량에서 추출한 암호화 데이터를 자사 서버에 등록해야만 PDF로 결과물을 제공하는 방식이어서 공정한 조사가 어려웠다”면서 “전용 장비가 개발돼 객관 조사가 가능해지면서 국내에도 이 장비를 활용, 경찰청과 함께 자율주행차 사고 분석 기준 마련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조사단이 테슬라 전용 EDR를 활용해 테슬라 전기차의 사고 기록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다.
현장 조사단이 테슬라 전용 EDR를 활용해 테슬라 전기차의 사고 기록 데이터를 추출하고 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