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테크노파크(TP)가 원장 선임을 무기한 연기했다. 최종 후보 2명을 선정, 두 차례나 이사회를 열고도 적임자를 뽑지 못했다. 연초부터 70일 넘게 추진한 차기 원장 공모는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광주TP 원장 선임 파행은 초반부터 예견됐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이어서 선임 과정부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관할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와 광주시 간 주도권 다툼은 매번 갈등 구조로 이어졌다.
문제는 원장 공모 과정에서 시작됐다. 과거 시장직 인수위 분과위원회에서 활동하던 2명이 후보로 올라오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사회에서 최종 후보를 선정해도 중기부가 승인을 거부할 것이라는 소문이 흘러나왔다. 결국 이사회는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중앙부처 간 이견에서 불거진 파행이었다.
TP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산업 육성을 위해 공동으로 운영하는 기관이다. 예산도 양쪽에서 지원하고 감사도 양쪽에서 모두 실시한다. 그러다 보니 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알력 다툼은 늘 벌어졌다. 이런 절차를 무조건 잘못했다고 비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같은 사례가 자주 되풀이되고 있다면 그것은 시스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임명권자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데도 불협화음이 생겼다면 누군가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누군가에게는 자리 문제이겠지만 TP 지원을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 문제'다. 약 7개월 동안의 기관장 공백 사태는 지역 산업인에게 말 그대로 일의 공백기가 된다. 지역 산업 발전과 지원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다.
지자체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기를 바란다.
지역 TP는 정치 자리여서도 보은 자리여서도 안 된다. 그 자리는 지역을 잘 알고 산업 지원에 적극 나설 사람이 눈치 보지 않고 일하는 자리일 뿐이다. 선거로 뽑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
-
김한식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