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꾸준히 수시를 확대해 온 교육부가 갑자기 몇몇 대학에 2020년 입학전형에서 정시 확대를 독려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2022년 대입 개편을 앞두고 갑자기 충분한 논의과정없이 2020학년도 정시 확대를 추진해, 학생들이 혼란을 겪게 됐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작년과 올 해 수시가 급작스럽게 수시로 쏠림 현상이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도 제시하지 않고 입시의 기본 방침을 바꾸고 있는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교육부 관계자에 따르면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지난 29일과 30일, 3개 대학 총장에 수시 쏠림 현상에 대해 우려를 전하고 정시 확대를 독려하는 전화를 걸었다. 2개 대학 총장과는 대학 비정규직에 대해 논의하면서 정시확대와 관련된 논의도 진행했다.
교육부 이진석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입시는 대학의 자율적 영역”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수시와 정시가 8대 2의 수준까지 와 있는데 정시 학생 입장에서는 문이 너무 좁아지게 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지속적으로 수시 확대를 지원했던 교육부가 대입정책포럼 이후 학종에 대한 지적이 많아지자 대학들에게 정시 확대를 권장한 것으로 보인다. 대입정책포럼에서는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학생부종합전형 수시모집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았다. 공정한 정시 확대를 요구하는 주장도 있었다. 4월말까지 2020학년도 대학 입시 시행계획을 확정해야 해 서둘러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전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부 대학들은 8대 2 수준을 넘어 9대 1 수준까지 비중이 확대될 움직임이 있어 교육부가 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앞서, 교육부는 최근 각 대학에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세부사항을 안내하며 2020학년도 대입전형부터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권고했다. 최저학력 기준 폐지는 '수시를 수시답게 정시를 정시답게' 치르게 하기 위한 조치라고 교육부는 말했다. 수시를 준비하면서도 최저학력 기준때문에 정시를 동시에 준비해야해 학생들의 학업 부담이 지나쳐,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수시 준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것이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 사업을 통해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를 고려했으나, 이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정시 확대를 독려하게 됐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에 입시를 치를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은 큰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게 됐다. 그것도 논의의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몇몇 대학들과 논의를 진행한 정도로 정책을 추진해 더 큰 논란이 일고 있다.
이진석 실장은 박 차관이 최근 몇몇 총장들에게 직접 교육부 입장을 전달한 것에 대해 “고등교육법상 4월 말까지 2020학년도 대학별 입시 시행계획을 확정해야 하는데 그 전에 총장이나 입학처장 정규회의가 있다면 논의를 했겠지만 시기 상 급박함이 있었다”면서 “수시 전형 비율이 높고 정시 비율이 낮은 대학들에게 연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