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학의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1980년대 블록체인 기틀 마련"

'암호화폐 아버지' 데이비드 차움이 한국을 찾아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선행 연구를 소개했다.

데이비드 차움은 3일 서울 관악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분산경제포럼 2018에서 '개방형 프로토콜이 가져올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기술 뿌리인 '은닉서명'과 'E-캐시(E-cash)'에 초점을 맞췄다.

데이비드 차움은 “1980년대에도 프라이버시는 여전히 중요했고, 암호학은 그것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됐다”면서 “암호학에 대한 정부 규제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1982년 국제암호학연구협회(IACR)를 설립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IACR이 산타 바바라 대학에서 진행한 회의에서 데이비드 차움은 '은닉 서명'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블록체인 기술 핵심인 익명성과 이중지급 방지와 같은 개념을 처음으로 정립했다.

1달러를 받길 원하는 계좌주가 먹지와 종이를 봉투에 넣어 은행에 보내면, 은행에서 봉투에 '1달러' 모양의 도장을 찍어준다. 봉투 안 종이에 먹지를 통해 '1달러'가 새겨지기 때문에 봉투는 버리고 사용하면 된다. 상점에서는 해당 종이의 도장 표시를 보고 지급 수단으로 인정해 주는 원리다. 은행은 누가 그 돈을 인출했는지 알 수 없기에 익명성이 보장된다. 이중지불을 막기 위한 나름의 장치도 갖춘 것이다.

데이비드 차움이 발표한 '은닉 서명' 개념도
데이비드 차움이 발표한 '은닉 서명' 개념도

이런 구상은 세계 최초 전자화폐 'E-캐시' 탄생으로 이어졌다.

차움은 '디지캐시'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가맹점 참여 하에 전자화폐를 유통시키는 실험을 했다. 1994년 월드와이드웹 컨퍼런스에서 E-캐시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전송했다. 소프트웨어 저작권을 제공해 독일 도이치뱅크, 호주은행, 미국 마크 트윈 은행 등이 전자화폐를 발행하기도 했다.

암호화폐로 소비자를 보호하고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것이 차움의 목표다.

그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은 익명의 거래를 가능하게 해 개인정보보호에 훌륭한 결제수단”이라며 “암호화폐로 기존 화폐 영향력이 줄고 중앙집권적인 경제권력이 분산된다면 고대 그리스식 직접 민주주의까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