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는 어제 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사하라 사막에 눈이 내리고 북미에 유래 없는 강한 태풍, 폭설과 폭우가 발생하는 사례가 최근 들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기상이변은 인재로 이어지고 전 세계적으로 예보의 어려움을 초래한다.
우리나라도 마른 장마, 매년 기록을 갱신하는 한파 등 이상 기상현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따라서 동아시아 및 대한민국 기상현상에 적합한 양질의 기상정보 제공은 기상재해를 예방하고 국민 생활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우선되어야 할 과제다.
기상청 산하의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이하 한수예 사업단, 단장 홍성유)이 2011년부터 9년에 걸쳐, 기상예보 자립을 위한 독자적 한국형수치예보모델(Korean Intergrated Model, KIM) 개발에 나섰다. 수치예보모델은 기상현상을 수식으로 풀어내기 위해 기초과학부터 방대한 자료처리를 위한 컴퓨터 공학을 활용하여 미래의 기상상태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2000년부터 기상예보에 수치예보모델을 본격 활용하고 있는데, 초기에는 일본, 2010년부터는 영국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해 왔다.
문제는 외국 수치예보모델의 사용이 선진국의 기상산업 및 기상예보 정책의 종속화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선진 국가의 기상정책이 바뀔 때마다 우리나라의 정책을 다시 세워야 하고, 이는 예보 정확도나 변화하는 기상현상에 대한 대처 능력을 저하한다.
기상청은 이러한 기술종속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0년까지 기상예보 자립을 목표로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세계 최초로 육면체구 비정역학 분광요소 역학코어와 육면체구 자료동화 시스템을 개발했고, 2015년 7월 준실시간 독자 예보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세계 최고의 현업기관인 미국, 영국의 차세대 수치예보모델도 동일한 격자체계를 채택하였는데, 이는 사업단이 수치예보 분야에 있어 선구자로서 발돋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현재 사업단은 2020년 현업모델 적용을 목표로 모델의 고도화, 예보성능 향상을 위한 막바지 연구 개발이 한창이다.
홍성유 단장은 “독자적 수치예보모델을 개발·운영 중인 국가는 EU, 영국, 미국, 일본 등 7개국 뿐”이라며,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이 완성되면, 세계 5위 수준의 수치 예측 정확도를 갖는 선도 기술 보유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홍 단장은 “기술 개발 뿐 아니라 기술개발 과정에서 양성된 전문 인력과 핵심 기술, 노하우 등 연구개발 인프라는 미세먼지, 기후예보 등 18개 재난 유형에 대한 국가재난관리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윤나영 기자 (yn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