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 4월 프리마돈나, 오페라와 만나다

오페라 '마농' 중 주인공 마농과 데 그리외가 생각에 잠기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농' 중 주인공 마농과 데 그리외가 생각에 잠기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눈까지 내리며 꽃샘추위를 전달한 3월이 지나, 파릇파릇한 봄이 왔다. 올해 4월 오페라 무대는 여주인공이 제1배역인 프리마돈나(prima donna) 오페라가 대세다. 국립오페라단의 '마농(Manon)',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Turandot)',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나비부인(Madama Burtterfly)'까지 여주인공이 작품 제목인 공연이 펼쳐진다.

◇ 파국으로 치닫는 격정적 사랑, 국립오페라단의 2018년 첫 작품 '마농'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쥘 마스네의 대표작인 '마농'은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의 자전적인 작품 '기사 데 그리외와 마농 레스코 이야기'를 원작으로 한 오페라다. 귀족 출신의 학생 데 그리외와 평민 출신의 소녀 마농의 격정적인 만남과 사랑을 다루는데, 사치와 향락,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오직 사랑과 유희만을 끊임없이 욕망하는 젊고 매혹적인 마농의 짧고 뜨거웠던 삶과 그녀의 심리적인 갈등이 섬세하면서도 화려하고 관능적인 음악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오페라 '마농' 포스터.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농' 포스터.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5일(목)부터 8일(목)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되는 '마농'은 국립오페라단이 처음 무대에 올리는 작품으로, 프랑스 출신 명연출가 뱅상 부사르, 독일인 지휘자 세바스티안 랑 레싱이 함께 한다. 고난도의 테크닉과 드라마틱한 성량, 다양한 색깔의 목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열정의 주인공 마농 역은 루마니아의 신예 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와 '동백꽃아가씨 La Traviata'와 '라 트라비아타'로 작년 국립오페라단 무대에서 활약한 우리나라 대표 소프라노 손지혜가 맡아 열연할 예정이다.

데 그리외 기사 역에는 탁월한 두 명의 리릭 테너, 이즈마엘 요르지와 국윤종이 참여하고, 재치 있는 연기와 풍부한 성량의 레스코 역에는 작품에 대한 해석력이 좋기로 유명한 바리톤 공병우가 출연한다.

◇ 한국오페라 70주년, 푸치니 탄생 160년 기념, '미래 도시'에서 펼치는 새로운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

한국오페라 70주년, 푸치니 탄생 160년 기념으로 열리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26일(목)부터 29일(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기존 작품이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을 배경으로 중국적 의상과 색채로 구성돼 있는데 반해, 이번 작품은 다가올 미래의 시공간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기계문명의 파괴와 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칼라프 왕자는 빙하로 뒤덮인 생존자들의 땅에서 공주 투란도트와 조우한다.

오페라 '투란도트'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오페라 '투란도트'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현실 걱정, 미래에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시대 관객의 고민을 공감하고 함께 호흡하기 위한 서울시오페라단의 노력이 가감 없이 드러날 예정인데, '투란도트의 3가지 수수께끼'가 어떻게 변화됐을지 궁금하게 만든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문제, 다가올 미래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 그 방향을 그려보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투란도트 역에는 소프라노 이화영과 이윤정, 칼라프 역에는 한윤석과 박지웅, 류 역에는 서선영과 신은혜, 티무르 역에는 최웅조와 서정수가 출연한다. 오페라를 모르는 관객도 익숙한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의 감동이 미래 도시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가 된다.

◇ 렉처오페라와 본공연으로 두 번 만나는, 대구오페라하우스의 '나비부인'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되는 '나비부인' 역시 푸치니의 작품인데, 27일(금)과 28일(토) 전막 본 공연에 앞서, 13일(금)부터 14일(토)까지 별관 카메라타에서 렉처 오페라로 공연돼 알고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존 롱의 동명 소설을 원본으로 하고 있으며, 1895년 청일전쟁 무렵 일본 나가사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페라 '나비부인' 포스터.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오페라 '나비부인' 포스터. (사진=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미 해군의 중위 핑커톤은 나가사키 항구에 있는 아름다운 별장에서 초초상(나비부인)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는데,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종교까지도 버린 초초상과는 달리 핑거톤은 일본에 잠시 머무르는 동안 가볍게 만나는 연인으로 여긴다. 시간이 지나고 핑거톤의 아이를 낳은 초초상은 그와 함께 살았던 별장에 남아 3년 전 미국으로 돌아간 핑거톤을 기다리는데, 아내 케이트와 함께 다시 나타난 핑거톤은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한다. 초초상의 절망과 슬픔, 핑커톤의 죄책감과 슬픔이 이 작품의 주요 정서이다.

'미미, 토스카에 관한 애정과 나비부인에 대한 애정은 비교할 수 없다'라고 했을 만큼 푸치니에게 각별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는데, 프로덕션은 회전 장치를 활용한 입체적이고 상징적인 무대로 일본 최고의 연출가 히로키 이하라가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상을 수상한 조나단 브란다니가 지휘를 하며, 소프라노 윤정난, 오희진이 나비부인 초초상 역을, 테너 권재희, 이성구가 핑거톤 역을 맡고, 바리톤 이동환과 임희성이 샤플레스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이동환은 한국 최초 베를린 도이치 오퍼 전속 가수로 활약하고 있다.

오페라 '마농' 중 극중 기요과 세 명의 여배우가 식사주문하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오페라 '마농' 중 극중 기요과 세 명의 여배우가 식사주문하는 장면.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천상욱 전자신문엔터테인먼트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