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노동조합이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결국 '파업권'을 쓰기로 했다. 중노위는 앞으로 열흘 동안의 조정 기간을 거쳐 결과를 발표한다. 중노위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조합원 투표를 거쳐 합법 파업을 할 수 있다. 조정 중지는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안건에 대한 견해차가 커서 중노위가 더 이상 조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한국지엠 노사는 임단협 제7차 교섭까지 의견 차를 거의 줄이지 못했다. 회사는 자녀 학자금 3년 유보, 연차 수당 축소 등 약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축소를 요구했다. 심각한 자금난으로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노조는 올해 임금 동결과 성과급 유보는 받아들였지만 △군산공장 폐쇄 철회 Δ신차 투입 계획 제시 △출자 전환 시 1인당 3000만원 규모 주식의 종업원 분배 △앞으로 10년 동안 정리해고 금지 등 장기 발전 전망 요구 21가지를 임단협 합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지난 7차 교섭은 단순히 일곱 번째 교섭이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제시한 '데드라인'이었다. GM은 3월 말까지 임단협에서 자구안을 마련하면 6억달러(약 6477억원)를 투입하고, 신차 배정안도 확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번 임단협 결렬로 GM 측은 한국지엠에 자금 투입 계획을 철회하고, 신차 배정도 보류하게 됐다. 정부와 산업은행 역시 GM 자구안 없이는 신규 자금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지엠은 현재 약 6000억원이 필요하다. 오는 6일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1인당 약 450만원)에 해당하는 72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또 27일에는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게 위로금 5000억원을 줘야 한다. 그러나 한국지엠은 현재 유통 자금이 없다.
노조는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결국 제8차 교섭 대신 '히든카드'로 쥐고 있던 파업권을 제시했다. 공은 다음 교섭을 기다리고 있는 GM 측으로 넘어 갔다. 이에 앞서 베리 엥글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 사장이 언급한 '부도권'을 전격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는 사이 정부가 제시한 또 다른 데드라인인 '4월 20일'은 점점 다가온다. 노사 양측의 힘겨루기로 30만 협력사 노동자들과 국내 자동차 산업이 망가질 수 있다. 대승 차원의 원만한 결과를 위해서는 서로 양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