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가 지난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 소문으로만 돌던 '거래소 대박'이 사실이었다. 비덴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빗썸 운영사인 비티씨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3334억원, 당기순이익 427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순이익이 매출을 앞지르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거래 수수료를 매입할 때는 가상화폐, 매도할 때는 원화로 각각 받아 평가이익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2016년 비티씨는 매출 43억원과 순이익 25억원으로 1년 사이에 매출 77배, 순이익은 무려 171배로 불어났다. 비덴트는 비티씨코리아 지분 10.55%를 가진 대주주다.
업비트도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카카오는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지난해 매출 2114억원, 당기순이익도 매출과 엇비슷한 109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불과 두 달여 만에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달성했다. 두 회사의 실적이지만 최소한 '빅4'로 불리는 다른 거래소도 상당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미래 화폐라는 시각도, 정보기술(IT)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가치 창출 없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다단계 판매 구조와 같다는 비판도 들린다. 이를 사고파는 거래소에 대한 평가는 더 차갑다. 큰 투자 없이 시류에 편승해서 땅 짚고 헤엄치는 모델이라는 비난이 빗발친다. 정부 시각도 곱지 않다. 폰지 사기나 튤립 투기, 도박과 비슷한 양상으로 보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일단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거래소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그렇다고 대기업처럼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막대하게 벌어들인 수익을 암호화폐와 불가분 관계에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다른 기업이 주저할 때 먼저 건전한 생태계를 만들고 인프라를 닦는 데 앞장서야 한다. 블록체인을 활성화해서 암호화폐가 비전이 있음을 보여 줘야 한다. 그게 사회 책임을 다하는 가장 현실성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