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조만간 파이로프로세싱(핵연료 재처리)-소듐고속냉각로(SFR) 연구개발(R&D) 사업 재개 여부와 관련한 공식 입장을 표명한다. 오는 6일 당·정 협의를 열고 의견을 조율한다.
이에 앞서 정책 결정의 근거가 될 재검토위원회의 의견은 사업 재개로 기울었다. 2020년까지 R&D를 지속하라는 게 뼈대다.
해당 사업은 기술상의 현실성, 경제성 등 논란이 컸지만 정부와 국회가 서로 공을 넘기며 추진 여부 결정을 미뤘다. 정부는 재검토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이제라도 투명한 논의 절차를 거쳐 매듭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 재검토위원회(재검토위)'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재검토위 보고서는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다. 정부와 국회가 보고서를 토대로 최종 결정하는 단계만 남았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파이로-SFR 사업에 대한 정부 입장을 내부 조율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정부 입장을 정해 국회에 표명하고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재검토위 보고서가 정부 입장과 직접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연계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재검토 활동 목적을 '(파이로-SFR 사업의) 계속 지원 여부 결정에 대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보고서가 정부 입장 결정의 주요 판단 근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사업 재개'를 명시한 재검토위 의견이 정부 입장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재검토위 자체를 과기정통부가 구성했고, 활동 실무도 지원했다.
재검토 작업에 직·간접 관여한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재검토 최종 결과도 정부의 기존 R&D 로드맵과 유사하다. '2020년까지 R&D 지속'이라는 결론이 당초 정부 계획과 큰 틀에서 같기 때문이다.
재검토 보고서는 2020년까지 파이로-SFR R&D를 지속하고, 이후 연구 결과를 점검해서 실증 등 추가 R&D 여부를 판단하라고 권고했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파이로-SFR R&D 사업 중단 요구에 2020년까지는 계획된 R&D를 수행하고, 실증 시설 등에 관해서는 이후 추가 논의하자는 입장을 고수했다.
사업 반대 측은 파이로-SFR 기술이 상용화 전례가 없는, 검증되지 못한 기술이라고 반발했다.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독성 감소 효과가 과장됐고, 처분장 면적은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파이로 공정이 핵 확산 우려를 야기하고, 고독성 방폐물 보관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재검토 보고서는 대부분 쟁점에 유보 태도를 취하면서도 최종 권고에는 '사업 재개'를 명시했다. 논란이 크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를 미룰 수 없다고 판단했다.
기술 이슈에서 최종 처분장 면적은 여러 가정을 내포해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독성 저감 효과는 직접 처분 시설 외 간접 시설 규모, 전력 수급 계획에 따라 달라진다고 봤다.
파이로 공정과 SFR 운용에서 안전성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기술 고도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파이로-SFR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비용은 양측 주장의 차이가 현격해 단언하지 못했다. 현재 수행 중인 제반 연구는 실증 단계가 아닌 기초연구 수준이어서 2020년까지 R&D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재검토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업 추진 측 입장에서 보면 재검토위 보고서는 R&D 차원 사업은 일단 지속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검증받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파이로-SFR R&D는 국가 차원의 사용후핵연료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사업 재개 결정에 따르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한 명확한 정책은 아직 없다. 지하에 매장하는 직접 처분과 파이로 등을 이용한 재처리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파이로-SFR 기술을 채택하면 사용후핵연료 정책에서 '재처리'가 힘을 받을 공산이 크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