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배터리업계 '자동차 메가 프로젝트' 수주전 대격돌

[이슈분석]배터리업계 '자동차 메가 프로젝트' 수주전 대격돌

이차전지 업계가 전기차 배터리 수주전을 놓고 격돌했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가 수조원대에 달하는 배터리 발주에 잇따라 나섰기 때문이다. 폭스바겐, 르노 닛산, BMW, 재규어 등 주요 자동차 업체를 뚫으면 시장선점 효과도 커지기 때문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에 배터리를 공급할 만한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보유한 업체는 다섯 손가락에 손에 꼽히는 정도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가 포함돼 수주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전기차 '메가 프로젝트' 잇따라…수주 경쟁 치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지난해 368만대 규모에서 2020년 850만대로, 2025년에는 2200만대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오는 2025년이 되면 세계 차량 21%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도 지난해 187억달러에서 2020년 428억달러로, 2025년에는 119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이 되면 전체 배터리 시장에서 전기차용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82.3%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격전지가 된 곳은 유럽이다. 유럽 각국이 이르면 2025년부터 내연기관차 퇴출에 들어가기로 하면서 자동차 업계도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에는 자동차 업계 1위 폭스바겐 그룹의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 프로젝트 배터리 공급을 두고 수주 경쟁을 벌였다. 폭스바겐은 LG화학, 삼성SDI, CATL을 차세대 전기자동차 프로젝트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유럽향 일부 물량을 LG화학이 따낸 데 이어, 나머지 유럽 물량을 삼성SDI와 LG화학이 나눠가졌다. CATL은 주로 중국 시장에 판매되는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2025년까지 연간 300만대 전기차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2위 자동차 그룹인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도 폭스바겐에 맞먹는 전기차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대규모 수주 경쟁이 예상된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상당수 물량은 LG화학이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LG화학은 르노자동차 전기차 '트위지' '조에' 'SM3 Z.E.' 등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다. 닛산은 NEC와 세운 합작사 AESC를 통해 배터리를 전량 공급받아 왔지만 지난해 이 합작사를 중국에 매각하면서 공급망을 다변화할 가능성이 커져 LG화학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BMW도 대규모 전기차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단일 브랜드지만 다양한 기종을 라인업으로 계획하고 있어 프로젝트 규모가 작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예상이다. 현재 BMW에 전기차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삼성SDI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

다임러그룹 메르세데스벤츠도 120억달러를 투자해 2022년 이전까지 모든 차종의 전기차 개발을 끝내기로 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K이노베이션의 주요 고객사다.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에서도 대규모 전기차 프로젝트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지리자동차, 장안자동차, 광저우자동차 등이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사드 보복 조치에 따른 보조금 배제로 한국산 배터리가 중국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웠지만 2020년 보조금 해제를 앞두고 한국 업체와 활발한 협력이 진행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국내 3사 중 유일하게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라인업은 GM의 볼트(Bolt) EV와 볼트(Volt) PHEV다. 미국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용 배터리는 일본 파나소닉이 독점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위 배터리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를 한 업체에서만 공급받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기 때문에 다변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면서 “현재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배터리 제조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한·중·일 업체 간 경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