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일본, 중국 등 3국 배터리 업체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추진하는 대형 전기차 프로젝트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다. 한국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과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등 상위 업체가 물량 대부분을 공급하면서 톱5 체제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럽과 미국 자동차 업체의 전기차용 중대형 전지 공급업체 선정 과정에서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가 유리한 위치에 있다”면서 “소형과 중대형 전지 공급 실적을 감안할 때 제품 신뢰성에서 비교 우위에 있고 유럽에서 생산능력이 증대되고 있어 중국 업체 대비 수주 과정에서 우위 요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SNE리서치가 발표한 올해 1~2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출하량에서 LG화학과 삼성SDI는 각각 16.1%와 9.2%의 점유율로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전기차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이 1위를 차지했다. 3위 AESC와 5위 파라시스는 중국 업체였다.
1위 파나소닉는 테슬라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독점 공급해 다른 업체 대응 유연성이 떨어진다. 한국 업체에 기회 요인이다. 중국 업체가 빠르게 생산능력을 늘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로 내수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이차전지의 원조지만 최근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향후 일본 시장에서도 한국 업체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는 현재 주로 자국 배터리 업체와 협업하고 있다.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전기차 연합을 만들어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혼다는 GS유아사와 합작사인 블루에너지(Blue Energy)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미쓰비시 역시 GS유아사와 합작사인 리튬에너지재팬(LEJ)를 통해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하지만 현지 배터리 업체 생산능력이 향후 일본 자동차 제조사가 필요로 하는 수요에 훨씬 못 미쳐 한국 업체에 기회가 올 가능성이 높다. 파나소닉이 공급하던 물량은 파나소닉과 같은 각형 배터리를 하는 삼성SDI에, AESC가 공급하던 파우치형 배터리 물량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기회가 돌아올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업계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으로 원활한 원재료 수급과 함께 품질 관리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국내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많이 찾으면서 최근 모든 생산라인이 풀가동에 들어갔고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너무 갑작스럽게 물량이 늘어나다보니 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있어 품질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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