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올해 안에 수립한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정부는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대규모 집중식 발전설비 공급 방식에서 탈피, 2035년까지 분산형 전원을 15%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분산형 전원 확대를 기본 방향으로 하고 비중을 2030년 총 발전량의 18.4%로 전망했다.
이처럼 분산형 전원의 중요성은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에도 의미 있는 수치로 담겨져 있다. 아쉽게도 개념 정의와 확대 방안 실행 계획은 신재생에너지에만 치우친 나머지 명확하지 않다. 정부의 신재생 에너지 확대 의지와 국민 소망은 있지만 낮은 에너지 밀도, 기후 및 지리상의 한계 등 현실 문제로 대규모 전력 안정 공급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에 반해 산업단지에 공정용 증기를 공급하고 공급 과정에서 전기를 추가 생산하는 열병합발전설비는 온실가스 감축 및 오염물질 저감은 물론 에너지 이용 효율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은 곧바로 산업단지 수요지 인근에서 송전 손실 없이 적정 규모의 전력을 안정 공급할 수 있어 분산형 전원 확대의 현실 대안으로 주목되고 있다.
또 개별 열원 시설을 차단, 비용 효과를 보면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은 물론 온실가스 감축 효과와 높은 에너지 효율을 바탕으로 산업단지 사업자 원가 절감에도 기여하고 있다. 산업단지에 있는 많은 공장이 설비를 개별 가동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배출 물질과 에너지 효율 낭비 등을 예방, 국제 경쟁력 제고 등 다양한 사회 경제 편익을 제공한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산업단지 특성상 원가에 직결되는 에너지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해야 하고, 이를 위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고체연료 연소에 따른 오염배출물 발생도 계속 줄여 나가고 있다.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자 대부분이 운용하는 순환유동층 보일러는 연료의 완전 연소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을 줄인다. 보일러 내에 순환유동층을 형성해 연료가 보일러에 좀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완전 연소가 되게끔 한다. 2차 오염 유발 물질이기도 한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 배출을 현저히 감소시키며, 백필터링을 통해 미세먼지를 사전에 제거하는 공정을 거치고 있다. 또 연소를 통해 배출되는 석탄재는 대부분 시멘트 부원료, 레미콘 혼화재, 고화재 등으로 사용돼 환경 친화형으로 재활용된다.
주요 선진국도 열병합 집단에너지의 친환경성을 인정하고 있다. 유럽연합(EU), 미국 등에서는 높은 에너지 이용 효율과 온실가스 저감 효과 등을 인정해 다양한 보조금 제도를 운영하고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사실상 재생에너지와 동등한 수준의 친환경 에너지로서 정책 대우를 받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법 시행 초기부터 입법 취지와 달리 별다른 지원책조차 없이 각종 환경 및 사업 규제 등으로 말미암아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이 답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바탕으로 준비하고 있는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이러한 현실과 사실 관계를 바탕으로 한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유효한 정책이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업계 및 전문가 또한 더욱 관심을 기울여서 의견을 모아 산업단지 집단에너지 사업의 발전 방향을 세워 나가야 할 때다.
강일환 한국열병합발전협회 사무국장 kcga@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