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기술계가 '인권선언문'을 마련한다. 과학기술 활동에 따른 사회적 영향을 보편 인권 차원에서 인식하고, 과학계 내 연구자 인권 보호에도 노력한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원장 이명철)은 5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과학과 인권'을 주제로 제124회 한림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송세련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림원 과학인권위원회 차원에서 마련한 '과학기술자 인권선언문' 초안을 소개했다. 한림원은 토론회를 계기로 의견을 수렴하고 최종 문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한림원 인권선언문은 △인권에 대한 사회적 책임 △과학기술자의 인권 보호 △한림원의 인권보호 역할을 포함한다. 과학기술자는 원천·응용 기술 생산 토대를 제공하는 공공재 생산 주체다. 유엔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 달성의 주요 동력으로 과학기술을 주목한다.
과학기술자의 사회적 책임과 인권 감수성을 인식하는 게 선언의 첫째 목표다. 선언문은 “과학기술이 인류 사회의 공동체적 발전에 기여하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과학기술이 인간의 권리와 자유·평등을 실현하도록 하고, 인권을 침해하거나 인간 존엄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과학기술과 관련된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선언문은 “과학기술자의 인권은 보편성과 특수성 양 측면에서 존중되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연구자의 독립성과 발표 및 표현의 자유, 과학기술자 사회 내부의 연구자 인권을 언급했다.
'과학 인권'을 위한 한림원 의무는 △인권 침해 검증을 위한 모니터링 △인권 침해에 대한 대응 및 조치 △인권 무제 해결을 위한 국제 연대 및 협력으로 분류하고 세부 과제를 나열했다.
과학계 석학 단체인 한림원의 인권 활동은 세계 과학계 동향과 관련이 깊다. 1993년 미국과학한림원(NAS) 주도로 설립된 국제한림원·학회인권네트워크(IHRN)에는 80여 개국이 참여 중이다.
한림원은 2013년 과학인권위원회를 발족하고 이듬해부터 국제과학인권회의에 참여했다. 별도 인권선언문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10월 국제과학인권회의를 유치하는 등 국제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명철 원장은 “과학기술인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연구환경, 제도, 문화 등을 살펴보고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위협받을 수 있는 보편인권에 대해서 과학기술계가 해야할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과학기술인들이 스스로 학문의 자유를 지키고 의무를 행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대신해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