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그룹, 오너가 사재 출연으로 순환출자 완전 해소…경영 투명성 강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현대백화점그룹이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해 선진화된 지배구조 체계를 확립과 경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현대백화점그룹은 5일 그룹 내 순환출자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쇼핑은 이날 오후 각각 이사회를 열어 순환출자 해소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안건을 의결했다.

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이 직접 계열사 간 지분 매입과 매각을 통해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끊은 것이다. 정 회장은 현대A&I 지분 매입을 위해 약 320억원을 은행에서 차입했고 정 부회장은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홈쇼핑 주식 전량(9.5%, 114만1600주, 약 1200억원 상당)을 현대그린푸드에 매각하며 소요 자금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투자사업 영위)→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 등 기존 3개 순환출자 고리가 완전히 소멸됐다.

회사 측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순환출자 구조가 복잡하지 않음에도 선제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 것은 투명하고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완성하겠다는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B.I.
현대백화점 B.I.

이번 순환출자 해소는 정 회장 형제가 직접 계열사간 순환출자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정 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A&I 지분 21.3%(5만1373주)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쇼핑이 보유한 현대그린푸드 지분 7.8%(757만8386주)를 매입해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진 출자고리를 끊었다. 두 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해소되면서 '현대백화점→현대쇼핑→현대그린푸드→현대A&I→현대백화점'으로 이어지는 마지막 순환출자 고리도 자동으로 해소됐다.

이번 지분 거래를 통해 정 회장의 현대A&I 지분은 52%에서 73.4%로 늘어났으며 정 부회장은 현대그린푸드 보유 지분이 기존 15.3%에서 23.0%로 증가했다. 현대홈쇼핑의 최대주주도 기존 현대백화점(15.8%)에서 현대그린푸드(15.5%→25.0%)로 변경됐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계열사 간 순환출자 해소를 위해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재원 마련과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재를 출연해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주주권익 강화와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 등 높아진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그룹 IT 사업부를 현대그린푸드에서 물적 분할해 별도 IT 법인 '현대IT&E'를 신규 설립했다. 현대그린푸드는 5일 이사회를 열고 IT 사업부를 지분 100%를 보유한 완전 독립된 IT 전문회사로 분사키로 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향후 현대IT&E에 대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외부 투자자의 사업역량을 활용하고, 보다 독립적인 사업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