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美 의회 청문회 증언 촉각..."이미지 변신 안간힘"

오는 1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열리는 미 의회 페이스북 개인정보 유출 파문 청문회를 앞두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증언에 촉각이 쏠려있다.

지금까지 주요 IT 기업 창업자나 CEO가 미 의회 청문회 자리에 불려간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던 지난해 페이스북·구글·트위터 등의 2016년 미 대선 개입 관련 청문회 때도 이들 회사는 CEO 대신, 변호사나 다른 중역을 내보냈었다. 그만큼 부담 가는 자리가 의회 청문회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 캠프와 연계된 데이터 회사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를 통해 8700만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이 사건은 '천하의' 저커버그마저도 의회 출석을 피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 “그의 개인적인 커리어 가운데 가장 큰 시험대이자, 회사 미래를 결정할 수도 있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이번 청문회에 대비해 페이스북은 저커버그의 공공 이미지를 바꾸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CNN, 복스 미디어, 뉴욕타임스 등과의 잇단 인터뷰, 다수 기자와 콘퍼런스 콜, 다양한 사생활 보호 정책과 반 남용 정책 발표 등을 통해 반항적이고 비밀스러운 실리콘밸리 거물에서 개방성을 지닌 참회의 아이콘으로 변신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TV로 생중계되는 의회 증언에 대비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지낸 레지날드 J 브라운이 이끄는 법무법인 윌머헤일의 변호사들과 외부 컨설턴트 등이 포함된 별도의 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고 NYT는 전했다.

이들은 의원들의 예상질의와 이에 대한 답변을 마련해 저커버그와 예행연습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준비팀의 목표는 “저커버그가 지나치게 방어적이지 않으면서도 솔직하고 겸손하며 호감이 가도록 보이게 만드는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번 청문회의 초점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수집 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함께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페이스북은 '데이터가 곧 돈'인 이용자 정보 기반 광고 사업 모델을 갖고 있다. 이용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페이스북에 이득이 되는 것이다.

<사진 출처=CNN 방송 캡쳐>
<사진 출처=CNN 방송 캡쳐>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이용자를 '공동체'라고 부르며 이들을 '연결'하는 것이 페이스북 사명이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이런 이상론적 발언 뒤에는 많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해 이를 광고로 맞바꾸려는 전략이 숨어있었고, 이로 인해 개인 정보 유출이 잇따라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청문회에서 쏟아질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IT 전문매체 와이어드는 “페이스북이 전 세계 20억명 이상 이용자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보인 행태는 공동체 연결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익 극대화를 위해서 였다”며 “경쟁자가 생기면 돈을 주고 사버리거나(왓츠앱), 그도 안 되면 제품을 베끼는(스냅의 사례)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저커버그는 그동안 기자회견에서 밝혔듯이 청문회에서도 “이용자들에게 별도의 돈을 받지 않는 소셜미디어 사업은 광고 기반 모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거대한 실수' '재발 방지를 위한 최선의 노력' 등 겸손 모드를 유지하면서 “의회가 소셜미디어 규제법을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예상했다.

하지만 만일 저커버그가 이번 청문회를 포함해 이번 파문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제기를 그저 통과 의례 정도로 여긴다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CA 파문이 발생한 후 지난 2주일 여 동안 페이스북 주가는 15%나 하락했다. 이전 어떤 파문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전례없는 시장의 반응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한 상품 디자이너가 “도덕적으로 여기서 계속 일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는 트윗을 올린 뒤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NYT는 “이번 청문회에서 저커버그는 투자자와 의원들을 진정시키는 동시에 또 하나의 중요한 청중을 감동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그것은 최근 위기 상황에서 회사 리더십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직원들”이라고 말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