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1만대 이상 판매된 차량 중 90% 이상이 현대·기아자동차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가 유일하게 다른 브랜드 차량이었다. 현대·기아차가 올해 초 판매 순위를 싹쓸이 한 것은 신차효과와 SUV 인기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9일 국내·외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2만9183개 판매된 현대차 '그랜저IG'로 집계됐다. 월 평균 1만대 가량 판매된 것이다. 이어 지난달부터 신차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 '싼타페'가 2만174대로 2위, 기아차 '쏘렌토'가 1만8724대로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1분기 판매 순위를 살펴보면 △현대·기아차 강세 △레저용차량(RV) 강세 △일부 신차 제외한 전반적 판매 부진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1분기 판매 상위 15개 차량 중 13개 모델이 현대·기아차 차량이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1만대 이상 판매 11개 모델 중 10개 모델을 배출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1만1220대)가 다른 브랜드 모델이자 수입차 인 것으로 집계됐다. E클래스는 기존 인기에 높은 할인이 더해지면서 지난해 1분기에 이어 2년 연속 1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올 1분기에도 RV 높은 인기는 지속됐다. 판매 상위 15개 모델 중 7개 모델이 RV 계열로 나타났다. 싼타페는 신형 모델 판매를 시작한 3월 한 달에만 1만3000대 이상 판매했다. 코나는 소형 SUV 중 유일하게 1분기 중 1만대 이상 팔렸다.
반면 기존에 인기가 많았던 경차는 판매량이 줄었다. 모닝은 1만4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다. 한국지엠 판매를 이끌었던 스파크는 지난해 1분기 1만2629대를 판매했지만, 올해는 8264대에 그쳤다. 군산공장 폐쇄 조치 이후 국내 사업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고객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 1분기 내수시장은 수입차 시장이 22.6% 성장했지만, 국산차 부진(-3.9%)으로 전년 대비 0.5% 가량 축소됐다. 이로 인해 판매 상위 15위권에서 싼타페, K5 등 일부 신차를 제외한 9개 모델이 판매부진을 겪었다. 판매 1위인 그랜저는 비슷한 가격대 신차로 고객이 분산되면서 16.3% 가량 판매량이 줄었다. 쌍용차를 이끌고 있는 티볼리 판매량은 지난해 1분기보다 29% 가량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국산차 업계는 싼타페를 제외하면 '볼륨 모델'이라고 할 만한 신차가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위축되면서 구매 수요가 볼륨 신차에만 몰리고, 기존 모델의 경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서는 여전히 세단 수요가 많았다. 차량 가격대가 높은 만큼 실용성보다는 멋과 감성에 중점을 둔 수요층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 제네시스는 중형, 준대형, 대형으로 이어지는 세단 라인업이 모두 10위권에 포함됐다. BMW는 5시리즈, 3시리즈가 각각 3,4위를 기록했다. 다만 7시리즈는 판매 부진으로 순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