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증권사 대응책 마련에도 주식시장 신뢰 저하...금투업계 '전전긍긍'

그간 증권사 우리사주 배당이 금융당국 내부통제 지침 또는 자체 자율규제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증권사는 삼성증권과 마찬가지로 우리사주 관리 시스템에 삼성증권과 유사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이 뒤늦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주식 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금감원·증권사 대응책 마련에도 주식시장 신뢰 저하...금투업계 '전전긍긍'

금감원은 '삼성증권 112조 규모 배당 지급 오류'가 발생한 지 3일 만인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에서 삼성증권 배당 착오 입력 사고 대응책을 발표했다.

이날부터 10일까지 양일간 결제이행 과정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11일부터 19일까지 7영업일간 현장검사를 통해 △보유하지 않은 주식이 장내에서 매도된 경위 △직원이 대량의 자사주를 아무런 제한 없이 매도할 수 있는 내부통제시스템의 문제점 △투자자 피해 보상을 위한 대응 현황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이에 삼성증권도 이날 투자자 민원접수와 피해보상 응대를 위한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구성했다. 이날 오전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가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를 만나 논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삼성증권은 오전 11시 현재 총 59건의 피해사례를 접수했다.

원 부원장은 “삼성증권 사태로 우리사주 관련해서 위험 방지 제도가 미비하다는 걸 파악했다”면서 “주식거래시스템과 내부통제 체제 전반 점검해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뒤늦게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금융당국 조치에도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우리사주와 관련한 금융당국과 업계 차원의 어떠한 사고 방지 매뉴얼도 없었다는 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실제 금감원 조사 결과 대다수 증권사의 우리사주 배당 입력시스템에서 삼성증권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증권사 대부분이 삼성증권과 유사한 우리사주 시스템인 것으로 확인했으며, 이번 사태는 개인 문제가 아닌 증권사 전체 시스템 문제”라면서 “오전에 증권사 4곳을 검사했으며 향후 거래소와 예탁결제원까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증권사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은 금융투자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인력이 아닌 인사·총무 등 지원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다. 1년에 단 한 번 있는 업무인 만큼 급여 지급과 같은 통상 업무로 취급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IT 담당 임원은 “고객이나 회사 돈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이라면 수차례 확인이 있었겠지만 통상 업무를 수행하다보니 제대로 된 검토 없이 승인했을 것”이라며 “시스템상 문제라기 보다는 관행으로 이뤄지던 업무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 요건을 마련하지 못한 감독체계 상의 문제이자 직원의 실수로 인한 '인재'가 겹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이번 사태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가 곤두박질 칠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업계 입장에서는 시스템 자체의 문제보다도 지난번 동양사태에 이어 금융회사 직원이 '선의의 관리자'를 저버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모럴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업계 차원의 윤리 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업계 전문가는 우리사주 관리 시스템도 예탁결제원이 일괄 관리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가 문제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한 증권사 IT 담당 임원은 “일각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주식이 발행됐다는 사실을 문제삼고 있지만 현행 시스템으로는 공매도 제도 자체를 폐지하지 않고는 매분 매초 단위로 이뤄지는 발행물량을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예탁원이 우리사주조합까지도 관리한다면 주식거래시스템 전반을 손대지 않고도 내부 통제에 따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