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재활용품 폐기물 대란' 이후 처음으로 환경부의 뒷북 행정을 공개 질타했다. 중국의 재활용 폐기물 수입 중단이 지난해부터 예고됐던 만큼 대책 마련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오후 환경부가 발표한 대응방안도 기존 내용을 되풀이하고 점검을 강화하는 수준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주 일부 아파트 단지서 폐비닐과 페트병 등 재활용 폐기물이 제대로 수거되지 못하면서 큰 혼란이 있었다”며 “국민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의 수입 중단을 예고한 것은 작년 7월인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관계 부처가 미리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재활용 폐기물 수입 금지를 실제 시행한 것은 올해 1월부터다.
환경부는 재활용 폐비닐 수요 감소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지난해 9월부터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대한 대책으로 고형연료제품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 허가제 등이 도입됐다. 재활용 폐비닐 수요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문 대통령은 “재활용 폐비닐 수요 감소를 예상하지 못했고, 이와 함께 질 좋은 재활용 폐기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국내 폐기물 가격이 크게 떨어졌는데도 별도의 대책이 없었던 거 같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다. 이에 대한 국민 인식은 낮은 편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생활 폐기물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단지 수거 처리뿐만 아니라 생산, 소비, 배출, 수거, 선별, 재활용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도 지난 3일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환경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 총리는 “제때 대처하지 않고 문제가 커진 뒤에야 부산을 떠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까지 환경부에 책임 있는 행정을 추궁했지만, 이날 오후 환경부가 배포한 대응방안은 지난주 발표한 '중국 폐기물 수입금지 등 대응방안'과 대동소이한 수준에 그쳤다. 재활용업계를 달래기 위한 지원책 정도가 추가됐다.
환경부는 지자체별로 폐비닐 등 적체 물량을 수거해 처리하도록 하고, 재활용 업계 지원 등 긴급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시는 3132개 단지 중 수거중단이 발생한 1610개 단지를 대상으로 구청과 민간업체을 통한 긴급 수거에 나섰다. 아직까지 348개 단지에서 정상적으로 수거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은 8개 자치구에서 수거 중단이 발생한 후 아직까지 적체물량이 해소되지 않아 업체와 협상을 진행하는 상황이다. 경기도는 수거중단이 발생한 8개 시 모두 지자체가 수거에 나서서 고양·과천·수원은 정상화됐고, 김포·용인·화성·군포·오산도 곧 정상화될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조속한 수거 정상화를 위해 각 지자체가 아파트와 수거업체 간 계약조정을 독려하게 하고, 협의 지연상황에 대비해 별도의 수거방안(직접·위탁 수거 등)을 추진한다.
수거된 폐비닐 보관공간 부족에 대비해서는 관할 지역 선별장·재활용 업체 등 부지와 수도권매립지, 한국환경공단 창고 등을 활용한다.
환경부는 재활용업체 지원조치를 시행한다. 금주 중 관련법령을 개정해 잔재물 소각처리 비용을 줄여준다. 폐비닐의 주요 재활용 방법인 고형연료(SRF)는 환경안전성 담보를 전제로 한 품질기준 위반시 행정처분 경감, 검사주기 완화방안 등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한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은 “국민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신속히 수도권 아파트 수거를 정상화하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 협력을 통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며 “생활폐기물 순환 생태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관계 부처와 함께 종합계획을 수립·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