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보험료 재조정 조짐…손보업계, 눈치싸움

손해보험업계에 최근 자동차 보험 재조정 움직임이 일고 있다.

업계 1위 삼성화재가 11일부터 자동차 보험료 인하에 나서기 때문이다. 다른 손보사도 자동차 보험료 인하·특약 조정을 검토하거나 인하를 실시했다. 업계는 손해율이 상당한 자동차 보험료 인하가 '제 살 깎기' 경쟁으로 이어질지 우려하고 있다.

10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삼성화재는 11일부터 개인용 및 업무용 차량에 대해 자동차 보험료를 0.8% 인하한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8월에도 보험료 1.6%를 내렸다. MG손해보험도 이달부터 자동차 보험료를 평균 4.5% 할인했다.

자동차 보험료 재조정에 대해 삼성화재는 “지난해 흑자가 났고 사업비 감소와 자동차 상해특약 손해율이 개선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보험은 손보사 입장에서 높은 손해율로 수익이 크지 않지만, 다른 보험을 추가로 가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따라서 자동차 보험 상품을 취급하는 11개 손보사는 치열한 점유율 경쟁을 하고 있다.

MG손보에 이어 대형사인 삼성화재가 자동차 보험료 인하에 손을 대면서 다른 손보사 역시 재조정에 나설 전망이다. 보험료 인하로 시장 점유율을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앞서 대형사가 보험료를 인하하면 다른 손보사도 재조정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삼성화재가 자동차 보험료를 내리자 현대해상과 KB손해보험이 1.5%, DB손보는 0.8% 각각 보험료를 인하했다. 다만 이번에는 즉각적인 할인보다 특약조정을 하면서 상황을 보고 있다.

실제 메리츠화재는 다음 달 1일부터 블랙박스 특약 할인율을 4%에서 7%로 확대하고, DB손보는 전방충돌 경고 장치나 자동비상 제동장치를 장착한 차량에 보험료를 평균 2% 할인해 주는 특약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DB손보는 추가 특약 확대 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손보사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높다는 것이다.

자동차 보험 손해율은 77~78% 정도가 현상유지 가능 수준이다. 그러나 대부분 손보사는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적게는 80%에서 많게는 90%에 달한다. 즉, 적자를 보는 회사가 많다는 것이다. 제 살 깎기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즉각적이냐 아니냐의 문제지, 결국 삼성화재 보험료 인하가 다른 손보사 할인을 불러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대형사가 먼저 시점을 두고 할인에 들어가고, 중소형사가 요율 조정으로 버티다가 보험료 할인에 나서게 될 것”이라며 “보험료 인하가 시장 전체의 적자를 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