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서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유출돼 파문에 휩싸인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미 의회에 출석해 두 번째 사과의 뜻을 밝힌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저커버그는 오는 10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원 법사위원회와 상무위원회의 합동 청문회에, 11일에는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 청문회에 각각 출석해 정보유출 의혹에 대해 증언한다.
그가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는 것은 2004년 페이스북 창업 이후 처음이다.
저커버그는 11일 청문회에서 "우리의 책임을 충분히 넓은 시각으로 보지 않았으며, 이는 큰 실수"라고 시인하고 "이것은 내 실수이며, 사과드린다. 내가 페이스북을 시작했고 경영했으며, 지금 일어난 일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고 밝힐 예정이다.
이는 저커버그가 사전에 문서로 제출한 증언을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가 9일 공개한 것이다. 이번 파문은 영국 정보 분석 업체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 이용자 수천만명의 정보를 2016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캠프에 넘긴 것으로 지난달 17일 드러나면서 전 세계로 확산 중이다.
저커버그는 파문이 불거진 뒤에도 침묵을 지키다 나흘째인 지난달 21일 처음으로 재발 방지 등의 입장을 밝혔으나 이마저도 분명한 사과의 뜻이 담겨있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저커버그는 25일 신문에 "죄송하다"며 전면 광고를 냈으며, 이번 의회 청문회에서 두 번째 사과의 뜻을 밝히게 된다. 그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이를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데 우리가 너무 늦었다"고 인정하고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힐 예정이다.
의회에 선 저커버그가 빗발치는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얼마나 기민하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페이스북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고 규제의 칼날을 피할 수 있을지 판가름 난다.
민주당 상원 의원인 빌 넬슨은 청문회에 앞서 9일 저커버그와 만난 뒤 "규제 움직임에서 냉엄한 눈초리가 있을 것을 알기 때문에" 그가 청문회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페이스북 스캔들을 둘러싼 후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을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애플 공동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이 9일 페이스북 계정을 차단하겠다고 밝히고 "애플은 좋은 상품으로 돈을 벌지 여러분을 이용하지는 않는다"고 저격한 데 이어 알리바바 마윈 회장도 이날 보아오 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저커버그가 이번 사태를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 회장은 그러면서도 "이러한 문제로 페이스북을 없애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이번 스캔들의 진앙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서도 또 다른 폭로가 나왔다.
이 업체의 전 직원인 브리트니 카이저는 파이낸셜타임스에 9일 기고한 글에서 "페이스북의 정책은 수년에 걸쳐 수천 개 기업, 앱, 데이터 거래상들이 이용자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페이스북은 이제 세계 최대의 데이터 거래상"이라면서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모델은 우리의 개인적 디지털 자산에서 가치를 뽑아내는 데 뿌리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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