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정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기초·원천 분야 연구개발(R&D) 사업 수행 부처 통합' 작업이 막판 협상으로 접어들었다. 정부 목표는 내년부터 해당 R&D 예산을 통합하는 것이어서 사실상 이달이 부처 간 협의 '데드라인'이다. 연간 4500억원에 이르는 교육부 소관 R&D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최대 쟁점이다.
10일 정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를 비롯한 복수 부처는 문재인 정부가 국정 과제로 제시한 기초·원천 R&D 수행 부처 통합 방안을 놓고 마지막 협의를 하고 있다. 해당 국정 과제는 기초·원천 분야 R&D 사업을 과학기술 총괄 부처로 통합하는 게 골자다.
국정 과제에 따르면 앞으로 과기정통부가 기초·원천 R&D를 모두 수행하고, 나머지 부처는 특정 산업의 수요 기반 R&D만 담당한다. 현재 기초·원천 R&D는 과기정통부와 교육부를 중심으로 하여 여러 부처에 분산됐다.
기초·원천 R&D 사업을 1개 부처로 일원화해 중복 지출 문제를 해소하고, 기초과학을 효율 높게 육성하는 구상이다. 나머지 부처는 소관 산업 기반의 응용 기술 R&D에 집중하게 한다. 국가 R&D에서 부처 간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다.
국정 과제 소관은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다. 과기정통부는 올해 초 국무총리 주재 업무보고 때 내년도부터 이 같은 원칙에 따라 부처별 R&D 예산을 조정하겠다고 못 박았다. 타 부처의 기초·원천 분야 신규 R&D 사업에는 더 이상 예산을 배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한이 남은 '계속 과제'는 끝날 때까지 예산을 배정한다.
구상이 실현되려면 이달 중순이나 늦어도 월말까지는 부처 간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다음 달부터 각 부처의 R&D 예산 요구서가 과기정통부로 제출되기 때문이다. 그 전에 기초·원천 분야의 신규 과제 예산이 접수되지 않도록 사전에 조율을 마쳐야 한다.
최대 쟁점은 교육부 소관 R&D 사업이다. 교육부는 과기정통부 다음으로 많은 기초·원천 R&D 사업을 수행한다. 올해 예산 규모는 4525억원이다. 특정 산업의 수요 기반 R&D 사업은 거의 없다. 기초·원천 R&D를 과기정통부로 일원화하면 소관 R&D 예산 대부분을 넘겨주게 된다.
상반된 논리와 주장이 나왔다. 과기정통부·교육부의 R&D 사업은 지금도 한국연구재단이 '통합 관리'하고 있다. 부처 차원의 사업 통합에는 실익이 없다는 주장이다.
과기정통부로 일원화에 찬성하는 측은 이 주장이 국정 과제 취지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초연구 통합에 따른 정책 시너지 효과를 보려면 부처 차원의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기초·원천 R&D 통합은 부처 간에 협의를 하고 있는 사안”이라면서 “그동안 국정 과제를 둘러싸고 제기된 쟁점을 해소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