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재 데이터 암호화 기업으로 알려진 PACid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3조원대 생체인증 특허소송을 미국 텍사스 동부법원에 제기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 6일(현지시각) PACid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 적용한 모든 생체인증(지문, 홍채, 얼굴인식) 기술에 대해 자사 특허 2건, 한국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모델은 갤럭시 S6~갤럭시 S8기종 모델 전체다. 생체인증 관련 스마트폰 제조사 상대 첫 특허 소송으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대상이다.
본지가 입수한 PACid 소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탑재된 생체인증 응용 기술이 자사 특허인 '사용자를 인증하기 위한 시스템 및 방법'(U.S. Patent No. 9,577,993, No. 9,876,771) 특허를 침해했고, PACid가 확보한 한국 특허(KR20110128567A)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지문과 홍채 얼굴 인식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으로 구동하는 모든 생체인증 기술은 물론 삼성전자 생체인증 운용체계인 삼성 패스(PASS), 삼성 녹스 운용체계(KNOX)까지 모두 특허 침해로 걸었다.
손해배상 청구액을 명기하지는 않았지만 과거 애플 특허 소송처럼 갤럭시 S6, S6엣지, S7, S7엣지, S8, S8엣지 대상으로 세계 판매량 대비 손해배상액을 책정해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PACid는 삼성전자가 적어도 지난해 1월부터는 자사가 보유한 특허내용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법원에서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미국 특허법 284조를 근거로 스마트폰 대 당 최대 3배의 배상액을 부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현지법을 적용해 기기 당 1달러가 아닌 3달러를 피해액으로 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으로 잡아도 청구액은 3조원에 이른다.
미국 특허법(284조)은 특허 침해에 대해 공식적인 고지를 받았거나 경영진이 이를 인지하고도 대응방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징벌적 배상 조항이 있다. 최대 3배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법조계와 보안 전문가들은 PACid가 데이터 암호화 전문기업을 표방하고 있지만, 유사 특허를 사들여 천문학적인 피해보상금을 받는 특허전문회사(Patent Troll)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 이 기업 홈페이지와 그동안 사업 활동을 추적했지만 활동 내역을 찾을 수 없었다.
생체인증 시장이 확산되자, 파이도 보드멤버로 활동 중인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향후 법원 판결에 따라 FIDO 얼라이언스에 속한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잇따른 특허 침해 소송을 확대할 개연성도 높아졌다. PACid 측은 삼성전자 생체인증 서비스가 페이팔과도 연동돼 있다고 명기해 삼성전자 뿐 아니라 주변 글로벌 협력사에 대한 대규모 특허 침해 소송 가능성을 제기했다.
FIDO가 국제표준이 아닌 단체표준으로 운용되기 때문에 사실상 이들 파이도 얼라이언스 차원의 법적 대응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를 위시로 LG전자, 구글, 아마존 등 파이도 진영에 속한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생체인증 관련 특허 소송 확산이 예상되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대해 “4월 6일 법원에 소장이 접수된 이후 이제 막 내용을 인지했다”면서 “PACid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을 보고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미국 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만큼 미국 현지 로펌을 선임해 법적대응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