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육성은 영원한 숙제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국내업체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셀트리온, 현대자동차 단 4개사에 불과했다. 10년 전과 같은 수치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시총이 크게 늘었다. 2008년 1481억달러에서 2018년 4473억달러로 약 3배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2008년 775억달러에서 올해 3198억달러로 4배 이상 늘었다.
미국과 중국은 약진했다. 시총 상위 기업 1위 미국은 186개, 2위 중국은 63개 기업이 500위 안에 포진했다. 10년 사이에 미국은 41개, 중국은 20개나 각각 증가했다. 10년 동안 새로 순위에 진입한 기업 175개 가운데 미국과 중국 기업은 각각 71개, 32개로 절대 비중을 차지했다.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먼저 '경제력 쏠림' 현상이다. 여전히 일부 기업의 경제력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리 경제를 극소수의 기둥 몇 개가 떠받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 사이에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경고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는 글로벌화가 '속 빈 강정'이라는 점이다. 수출 주도 경제 구조지만 세계무대에서 뛰는 기업이 편중돼 있음을 보여 준다. 이번 조사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업체는 10년 전과 달리 정보기술(IT), 헬스케어와 같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군이 차지했다.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고 있지만 현장은 전혀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해결책은 선택과 집중이다. 산업 정책 역량을 글로벌 기업 육성에 맞춰야 한다.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본 투 글로벌'이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현장의 메아리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