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임 후 처음으로 주재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4월 기준금리를 연 1.50%로 유지했다. 지난달 한·미 기준금리 역전으로 금리 인상 압박이 컸지만 국내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고, 당분간 물가 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12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통위를 열고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연 1.50%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금리 동결은 금융 시장 예측과 부합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89.0%가 4월 한은이 기준금리(1.50%)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금리 인상 속도 가속화 가능성 등이 부각하면서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대외 무역전쟁 우려가 지속되고 국내 소비자 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동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결정으로 금통위는 지난해 11월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뒤 3회 연속 금리를 동결하게 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계 경제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어 당분간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 상승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투자 둔화가 예상되지만 소비는 가계 소득 여건 개선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수출도 세계 경제 호조로 예상한 성장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경제가 수출 호조를 지속하면서 소비와 설비투자가 양호한 흐름으로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 갈 것으로 판단했다.
우선 소비자 물가는 축산물 가격 하락, 석유류 가격 상승폭 둔화 등으로 1% 초·중반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 갔다. 근원인플레이션(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은 1%대 초·중반을 나타냈고, 일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대 중반을 유지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 수준을 보이다가 하반기 이후 오름세가 확대하면서 목표 수준에 점차 근접할 것”이라면서 “연간 전체로는 1월 전망치(1.7%)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전망하며,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지난 1월에 예측한 3.0%를 유지하고, 물가상승률은 예상보다 0.1%P 낮아진 1.6%를 기록할 것으로 각각 내다봤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 속도가 빠르진 않겠지만 내수 회복 등 영향을 받아 상승률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면서 “하반기 1%대 중반, 더 뒤로 가면 1%대 후반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낮은 물가로 금리 인상 여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금리 정책을 펼 때는 지금의 물가가 아니라 향후 물가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분기 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1.3%에 그치며 상반기 전망치(1.5%)에 못 미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상승률 전망이 금리 결정의 주요 척도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은 올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기준금리(1.50~1.75%)를 올린 미국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두 번 더 올리고 한은이 금리를 조정하지 않으면 75bp(1bp=0.1%)까지 벌어진다”면서 “경기 불확실성이 크고 물가 상승 압력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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