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한국 진출 2년 만에 충전 규격을 유럽 규격(타입2)에서 테슬라 고유 규격으로 전면 교체한다. 국내에서 더 많은 고객 확보를 위해 충전 불편함을 해소시킨다는 전략이다. '모델3'의 한국 출시가 임박한 것도 배경이다. 이르면 연내 국가 보조금 자격 획득이나 차량 출시가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가 최근 '모델S' 한국 고객 300여명을 대상으로 종전 충전 규격인 '타입2'에서 자체 충전 규격으로 교체한다고 통보했다. 테슬라코리아는 차량 내 충전포트와 회사가 판매·보급한 가정(벽걸이)용 충전기·데스티네이션(완속형 충전)·슈퍼차저(급속형) 각각의 충전케이블 커넥터 모두를 무상으로 교체해 준다고 함께 밝혔다.
테슬라 고객은 그동안 자체 충전 인프라(데스티네이션·슈퍼차저) 이외 국내 공용충전기 사용이 어려웠다. 실물 규격이 일치하는 국내 단체 표준인 'AC3상' 급속 충전 시설을 이용했지만 최대 120㎾까지 지원하는 차량 성능에도 AC3상 급속은 충전 속도가 16㎾에 불과, 불편함이 제기돼 왔다.
여기에 우리 정부가 공용 충전 시설의 충전 규격을 '콤보 타입1'로 통일함에 따라 불편함은 더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체 규격을 활용하면 별도 어댑터를 통해 국내 단체 표준인 '차데모(CHAdeMO)'를 정상 충전 속도로 이용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엔 충전 규격 전환용 어댑터의 사용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지만 테슬라코리아는 정부와 관련 협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테슬라가 차량당 수백만원의 별도 비용을 들여 충전 규격을 교체한 건 테슬라의 첫 보급형 '모델3' 한국 출시가 임박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모델3' 예약 물량은 약 50만대로, 사전 계약이 가장 많은 국가 가운데 한국이 5위권 안팎인 데다 이번 충전 규격 변경으로 현재 현지 생산하고 있는 모델3의 부품이나 설계 변경 없이 한국 내 판매가 즉각 가능하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최근 좌핸들 차량 해외 시장 위주로 모델3를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모델3 예약이 많은 국가(중국·일본과 노르웨이 등 유럽) 가운데 테슬라 고유 충전 규격과 좌핸들 규격을 사용하는 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최영석 전기차사용자협회 이사는 “테슬라가 뒤늦게라도 충전 규격을 자체 규격으로 바꾼 건 향후 고객 불편함을 최소화시킨 전략이다”며 “국내 어댑터 문제 해결에도 나선 만큼 모델3의 한국 출시가 임박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모델3의 한국 물량은 현재 테슬라 모델3의 생산 지연 문제를 고려할 때 대량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테슬라는 지난 1분기 모델3 출고량은 8180대 수준이며, 생산량은 9766대에 불과했다. 당초 주당 2500대를 생산하겠다던 목표와 비교하면 3분의 1에 불과하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