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탐방]<8>한국표준과학연구원 ㎏실현팀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첨단측정동 지하 2호실. 연구실 안에 사람 키 높이의 콘크리트 블록이 세워져 있다. 미세한 진동까지 원천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세운 내진 블록이다. 이 건물은 처음부터 무진동 건물로 건축했음에도 완벽을 기하기 위해 이런 내진 구조물을 또 설치했다.

이곳에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고 개량한다. 전자기력으로 물체에 작용하는 중력을 가늠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수준의 정확도로 질량을 측정하는 장비다. 전자기력과 저울 내 코일을 움직여 발생한 전압을 함께 계산해 질량을 구하기 때문에 아주 미세한 질량 차이를 잡아내야 한다. 외부 자극을 완벽하게 차단하려면 이런 이중 삼중의 조치가 필요하다.

김동민 박사가 콘크리트 블록 위에 자리잡은 키블저울의 구성과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김동민 박사가 콘크리트 블록 위에 자리잡은 키블저울의 구성과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키블저울은 사람이 느낄 수 없는 아주 작은 변화를 감지하기 때문에 가끔 미세한 외부 환경 변화 때문에 측정 실험을 망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진동, 온도, 습도 등 다양한 변수를 철저히 관리해야 합니다.”

어리둥절한 기자에게 이광철 킬로그램(㎏)실현팀 박사가 친절하게 설명했다. 그의 등 뒤로 키블저울이 보인다. 콘크리트 블록 위에 놓인 정방형 비자성 금속 챔버 안이다. 챔버 높이는 사람 키 높이 정도. 가로·세로 길이는 2m가 채 되지 않는다. 그 안에 있는 키블저울은 구조가 복잡해 보였다.

키블저울은 몸체를 이루는 은색 팔각기둥 골조 내부에 원형 코일이 있는 구조다. 코일 크기가 장난이 아니다. 양팔로 감싸 않아도 손이 닿지 않을 정도로 굵은 기둥 모양이다. 몸체 위에는 코일을 움직이는 플렉셔가 있고, 저울 하단부에는 측정할 물체를 올려놓는 '질량 접시'가 있다. 저울 안팎에는 수많은 부품이 어우러져 있다. 또 곳곳에서 뻗어 나온 연결선은 보는 것만으로 어지럽다.

위에서 내려다 본 키블저울의 모습
위에서 내려다 본 키블저울의 모습

“부품이 많죠? 수 백개는 될 겁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동민 박사가 나섰다. 키블저울을 수십번 뜯었다 조립했다를 반복한 전문가다. “장비가 워낙 민감해 아주 작은 물리 오차에도 측정값이 널뛰듯 바뀌기 때문에 부품을 새롭게 추가하거나 정렬하려면 다시 조립해야 합니다.”

김 박사는 부품으로 가득 차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 챔버 안에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간을 보낸 인물이다. 재조립 한번 하는데 이주일 정도 걸리는데 볼트 하나를 바꿔도 장비 구조를 모두 재조정해야 한다.

“만드는 과정은 고되지만 앞으로 나올 성과는 달콤합니다.” 그는 키블저울을 마치 자식처럼 쓰다듬으며 설명을 계속했다.

키블저울의 목표 오차는 1억분의 1 수준. 지금까지는 1000만분의 1에 가깝게 줄인 상황이다. 세계에서도 이 정도 수준의 키블저울을 구축한 곳은 미국,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 정도다.

내년 '질량 재정의' 이후에는 키블저울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백금·이리듐으로 만든 '원기(단위 기준 물체)' 대신에 물리 상수로 ㎏ 단위를 재정의 하면서 키블저울은 반드시 필요한 표준 장비가 된다.

키블저울 하단부의 질량접시와 센서, 모터 등을 이은 각종 연결선
키블저울 하단부의 질량접시와 센서, 모터 등을 이은 각종 연결선

최재혁 표준연 역학표준센터장은 “그동안에는 원기를 보관하고 있는 프랑스가 질량 기준을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키블저울을 개발하는 국가가 역할을 분담하게 될 것”이라면서 “오차를 계속 줄여 새롭게 정의되는 ㎏ 기준을 측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