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식' 사퇴에도 국정운영 리스크 지속…靑 차기 인선, 외부인에서 관료로 이동할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실 검증으로 낙마한 장·차관급 인사 8명 중 6명이 학계, 시민단체, 정치인 등 비관료 출신으로 나타났다. '김기식 사태'로 인해 청와대 차기 인선 방향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 원장.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 원장.

문재인 대통령은 중앙선관위원회 위법 판단으로 사의를 표명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사표를 17일 수리했다.

김 원장 사퇴로 문재인 정부 장·차관급 낙마는 8명으로 늘었다. 이들 중 헌법재판관, 헙법재판소장을 제외한 6명 모두 외부인사 발탁이었다. 관료 출신 낙마자는 없다. 6명 가운데 학계 출신이 4명, 정치인이 1명, 시민단체 출신이 1명이다. 외부 전문가 등용에 따른 인사 검증 리스크가 컸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가 기존 관료보다는 학계, 정치권 등 외부 인사를 선호하면서 화근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원장은 의원 시절 정무위에서 금융을 다뤘지만 전문성을 갖췄다고 보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이번 사태로 청와대 인선 작업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차기 금융감독원장 인선에 문 대통령이 또 다시 '과감한 선택'을 할지, '무난한 선택'을 할지 시선이 쏠렸다.

앞서 문 대통령은 김 전 원장 논란 관련해 “주로 해당 분야 관료 출신 등을 임명하는 것이 논란을 피하는 무난한 선택”이라면서도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도 생긴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십년간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갈고 닦아온 관료 출신 등용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며 “정치인 등 외부인이 개혁 임무를 더 잘 해내리라는 생각은 앞선 인사에서 한계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새 금감원장은 이제부터 찾아봐야 하는 상황”이라며 “외부 발탁이 될지, 관료 출신이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원장 사태는 청와대 국정운영, 지방선거 등에 전반위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날 야권은 인사검증 책임을 물어 조국 민정수석과 조현옥 인사수석 총 사퇴를 요구했다. 대통령 대국민 사과 메시지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은 김 전 원장의 국회의원 시절 '외유성 해외 출장' 논란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국당은 “청와대와 집권여당이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해 검찰수사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는 “조국 사퇴계획도, 대통령 사과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절차상 민정이 책임져야할 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거듭 밝혔다.

여야 간 공방은 '인사책임론'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청와대가 강력하게 밀었던 개헌은 사실상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인사 참사'는 지방선거에서 여권에 악재로 작용한다.

선관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정치자금 '셀프 후원'과 피감기관 외유성 출장 등에 대한 국회의원 전수조사 가능성도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이 제안했다.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국회 일정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개혁, 민생현안 처리 지연이 우려된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