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이 미 전역에 구축하는 폭스바겐 전기차 충전인프라 구축 사업(20억달러 규모)에 참여한다.
독일 폭스바겐 자회사인 EA(Electrify America)는 미국 내 전기차 급속·초급속 충전기 1차 구축 사업 공동 공급 업체로 국내 시그넷이브이를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시그넷이브이 이외에 3개 공급사는 ABB(스위스)·에파섹(Efacec·포르투갈)·비티씨 파워(미국)다.
EA는 2016년 6월 미국 환경청과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관련 법정 소송을 마무리하면서 미 정부와 합의해 만든 자회사다.
EA는 1차로 2019년 상반기까지 미국 17개 대도시와 39개 주에 고속도로 위주로 충전소를 구축한다. 이후 2027년까지 미국 전역에 대규모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총사업비는 20억달러다.
시그넷이브이는 이 사업에서 350㎾급과 150㎾급 초고속 충전기 각각 142기, 198기 등 모두 340기를 공급한다. 일반 시장 가격을 고려하면 공급 가격만 3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한 건의 충전기 공급으로는 역대 최대 물량이다.
이 회사는 다른 사업 참여 경쟁사와 달리 초급속 제품 위주로 제품을 공급한다. 시그넷이브이는 350㎾급 충전기 제작을 위해 충전케이블 내부에 물을 이용한 냉각 장치를 적용했다. 충전 케이블 두께를 늘리지 않고도 고전류 충전이 가능한 게 핵심이다.
EA가 미국 전역에 구축·운영하는 개별 충전소는 최소 3기에서 최대 10기 초급속충전기가 들어선다. 초급속은 콤보1(CCS1) 규격 위주, 차데모(CHAdeMO) 규격은 50㎾급 제품 위주로 각각 깔린다. 일부 제품은 콤보·차데모 듀얼 형태로 공급한다.
EA 측은 “고출력 충전 기술 도입을 원했는데 시그넷이 주요 공급 업체로 참여해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시그넷 초고속 충전기는 분당 20마일을 운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는데 이는 급속(50㎾급) 충전기보다 7배 빠른 충전 속도를 발휘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그넷이브이는 EA 사업 선정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 파트너인 일본 마루베니상사와 함께 북미는 물론 유럽과 중남미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돌입한다.
황호철 시그넷이브이 대표는 “공급사로 선정된 건 세계 최초 초고속 충전기 기술이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EA는 시그넷이브이 제품을 포함한 미국 내 첫 공용 전기차 충전소를 이달 말 현지에 개소한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