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 만연한 18일 오후 1시께 경기도 파주시 장단면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 활짝 피어난 벚꽃과 목련으로 가득한 남북출입사무소는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일용직 근로자가 텅 빈 주차장과 인적 드문 출입시설을 개보수하는 중이었다. 한 근로자는 “좋은 날씨만큼이나 남북 사이에도 '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출입사무소는 남과 북의 경제협력 창구이자 최전방이다.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우리 측 인원의 출경, 입경이 이곳에서 이뤄진다. 남북 간 인적·물적 교류 승인 업무와 대북협의 및 연락업무 등을 담당한다. 법무부, 농림축산식품부, 국가정보원 등 인력을 지원받아 CIQ(출입국·통관·검역) 업무를 담당한다.
남북출입사무소 1층 로비로 들어서자 청사 내부는 곳곳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다. 경비업무를 보는 직원 2~3명 외에 다른 인원은 없었다.
지난 정부 때 굳게 잠긴 오른쪽 출경장과 왼쪽 입경장 출입문은 이날 취재기자단을 위해 오랜만에 열렸다. 출경장 LED 표지판에는 '평화, 새로운 시작 2018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문구가 흘러나오며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출·입경을 담당하는 각 부스에는 세관신고서 등 서류가 전산장비와 함께 놓여있었다. 당장 남북 간 경협이 재개돼도 문제 없을 정도로 정돈된 상태였다.
남북출입사무소 관계자는 “개성공단 폐쇄 전 하루 200명 넘게 이곳을 찾았다”면서 “주차장은 북한에서 제조된 완제품을 가득 실은 대형트럭으로 가득찼다”고 회상했다.
개성공단 폐쇄에 따른 남북 경협이 중단되며 지금은 관광이나 교육 목적 방문객 30~40명 외에는 인적이 드물다. 드넓은 주차장에는 관계자 차량과 관광버스 1~2대만 보였다.
이대로 시간이 멈추는 듯 했던 남북출입사무소는 지난 겨울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북한 민족올림픽위원회(NOC) 관계자와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 280명이 이곳을 통해 육로로 동계올림픽에 참여했다.
관계자는 “다음주 정상회담에 맞춰 출입사무소 건물 안팎에 취재부스 등을 만들고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면서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과 교류가 정상화되면 남북출입사무소도 다시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오전 11시께 찾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도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평화의집은 개보수가 한창이었다. 평화의집 오른편에 위치한 자유의집에도 취재기자실 등이 마련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활기찬 분위기였다.
반면 유엔군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JSA 군사분계선(MDL)은 삼엄한 분위기였다. 우리 측 자유의집과 북한 측 판문각은 100여m 떨어졌다. 그 사이에는 군사회담 등이 열리는 T1~T3 건물이 가로막고 있었다. 기자단 신변 보호를 위해 유엔군 10여명이 블록을 형성해 삼엄한 경비를 섰다. 군 관계자는 “남북정상회담 등과 별도로 군은 상시 준비태세를 갖추고 북한의 도발 등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새로운 경제협력 기대감과 한반도 리스크 경계감이 동시에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