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 수출시장이 해빙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전 수출기업에서는 프로모션 재개 등 예년 수준 분위기로 회복할 것이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기업이 실적을 회복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국내 가전기업 사이에서 현지 판촉 정상화가 예년수준으로 돌아왔다는 반응이 나온다. 2016년 사드 배치를 두고 한·중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 현지 진출 기업 수출전선에는 먹구름이 끼었다.
현지 진출 기업은 공통적으로 현지에서의 보이지 않는 견제를 애로사항으로 꼽아왔다. 복수 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공식적 차원으로 한국 기업에 불리한 조치를 취한 것은 없다”면서도 “홍보 제한, 프로모션 불가 등 모호한 조치로 기업 입장에서는 대처하기 어려웠다”고 입을 모았다.
냉랭하던 현지 분위기는 양국 관계 복원 움직임 속에 차츰 풀려가는 분위기다. 지난해에는 열리지 못했던 제22차 한·중 경제공동위원회가 이달 20일 재개되는 등 양국 간 분위기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중국시장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가전업체 A사도 달라진 분위기를 감지한 기업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시장 부진에 따른 매출 하락을 겪었다.
A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평소대로 해오던 프로모션을 열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현지에서 제안이 왔지만 사드 이슈가 불거진 이후 현지 협력사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며 “올해에는 평소 실시하던 프로모션을 시행하면서 실적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가전기업인 B사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현지 옥외광고판을 철수하거나 프로모션을 해도 노출이 제대로 되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B사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지 분위기가 조금씩 풀리면서 올해에는 판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분위기가 풀리면서 기업에서는 전면적 영업으로 성과 회복에 주력한다. 다만 사드 여파에 현지 로컬 브랜드 약진까지 중첩된 수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가전기업 대중국 수출 규모는 올해 1~2월 기준 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7.1% 하락했다. 당장 사드 여파가 해소되더라도 기업체 차원에서는 특단 시장전략이 요구된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단장은 “사드 외풍 같은 외부 악재가 작용하긴 했지만 근본적 국산 가전 경쟁력도 제고해야 한다”라며 “하이로우(High·Low) 전략처럼 중국을 겨냥한 시장 전략을 점검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