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삼성의 용인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급등 의혹 관련 자체조사결과, 담당평가사가 절차를 위배하는 등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외부 압력이나 청탁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토교통부는 19일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2015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두고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에 유리하도록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급격히 올렸다는 의혹이 일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의혹이 일자 즉시 감사에 착수해 조사했다.
국토부 감사담당관이 공시지가 급등 관련 문제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린 항목은 크게 3가지다. 평가사가 표준지를 임의로 선정하면서 절차를 위배했다. 에버랜드 내 표준지 중에서도 평가 일관성을 지키지 않았다. 용인시도 에버랜드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며 비교표준지를 적용할 때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대해 외부 압력이나 청탁에 대해서는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감사결과, 지난 2015년 담당 평가사는 에버랜드 표준지로 2개를 선정해 해당 지자체와 협의하고 선정심사까지 받은 후 표준지 1개를 임의로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표준지의 선정 및 관리지침'에 따라 표준지 선정심사 결과 표준지 변경 등 보완이 필요할 때에는 이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해야 하지만, 용인시에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표준지를 2개로 확정 한 이후에 법정 교체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재심사 없이 표준지 5개를 추가했다. 이 역시 표준지 확정 이후 공시기준일까지 발생한 사유로 표준지를 변경할 때에는 재심사를 받도록 되어 있는 지침을 위반한 사항이다.
담당평가사는 그 중 6개 표준지 공시지가를 대폭 올렸다. 2014년 6개 표준지 공시지가는 8만5000원/㎡이었으나 2015년 40만원/㎡으로 급등했다. 평가사는 일관성도 잃었다. 2014년 2만6000원/㎡이었던 1개 표준지는 에버랜드 측에 4만/㎡으로 상향의견을 제시했다가 2만2500원/㎡으로 내려 평가한 사실도 확인됐다.
검증을 해야 할 지자체도 비교표준지 기준을 바꿔 신뢰성을 잃었다.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지자체는 개별공시지가 검증을 할 때 전년도 지가와의 균형 유지에 관한 사항에 대해 검토·확인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용인시(처인구)는 에버랜드의 27개 필지에 대한 개별공시지가를 산정하면서, 2015년에는 고가의 비교표준지를 적용해 개별공시지가를 상향시킨 반면, 2016년에는 저가의 비교표준지를 적용해 개별공시지가를 하락시켰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에버랜드 표준지 공시지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결과에서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감정평가사 등 관련자들의 위법 부당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관련자들에 대하여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