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 2위의 통신장비 업체 ZTE에 대해 7년에 걸친 수출제재를 가한 것이 중국이 역점을 두고 있는 미래 기술산업에 치명타를 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ZTE의 현재 안드로이드 계통 통신장비의 생산 판매는 물론 중국의 반도체 굴기 전략, 5G 통신 구축 경쟁 등에 다각적으로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일 중국 신경보와 제일재경일보 등에 따르면 통상분쟁 격화에 따라 미국이 실제 ZTE에 제재를 시행할 경우 중국 통신장비와 반도체 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ZTE도 현재 위기대응 특별팀을 구성하고 각 분야에 대한 제재의 영향과 대응전략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중국국제금융공사는 최근 한 분석보고서에서 ZTE가 미국과 1∼2개월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통신설비 및 스마트폰 제조업의 정상적 생산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ZTE의 생산차질이 중국과 외국 통신사들의 네트워크 구축과 5G 통신 추진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도체 산업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로 ZTE는 통신용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재 중국의 기지국용 반도체는 국산화가 거의 이뤄져 있지 않아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ZTE는 현재 기지국, 광통신, 휴대전화가 핵심 사업인데 기술장벽이 가장 높은 RRU(소형안테나기지국) 설비를 비롯한 3대 사업의 응용분야에서 반도체 자급률이 매우 낮은 형편이다.
ZTE가 미국 외에서 대체 반도체 공급처를 찾아내더라도 단기간에 기존 통신장비 체계에 재적용할 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ZTE 제재는 중국 내에서 자국 반도체 산업의 약점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반도체 수입액은 2601억 달러로 반도체 분야의 무역수지 적자는 1932억600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 반도체 수입은 최근 몇년간 계속 2000억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석유 수입액을 넘어섰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의 양광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위기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촉진할 수도 있겠지만 ZTE가 중국산 반도체에 기대 당장의 긴박한 위기를 벗어나기에는 시간적 제약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양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산업의 육성은 장기 과정이 필요하다”며 “중국이 5G 통신망 구축 경쟁에서 앞서나가더라도 관련 설비 반도체는 해외 공급에 의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사용문제를 협의해온 ZTE가 미국과 통상갈등이 악화할 경우 안드로이드 계통 소프트웨어 사용권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
진보 북미중국반도체협회(NACSA) 회장은 “무료 안드로이드 OS는 ZTE를 비롯한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급부상하게 된 요인이었으나 갑자기 안드로이드 사용이 차단된다면 그 타격은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의 ZTE 제재를 미중 통상마찰의 결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중국제조 2025'를 겨냥해 중국 첨단제조업의 성장을 저지하려는 미국의 견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강하다.
ZTE는 이번 제재 조치로 자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ZTE는 미국 제재를 받기 직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로부터 5G 개발을 위한 130억위안의 자금 모집 계획을 승인받은 바 있다
ZTE 전직 임원 왕타오는 “ZTE가 이 계획에 따라 자금모집에 성공하면 먼저 9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납부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생긴 현금난을 해소할 수 있었다”며 자금유통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을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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